[단편소설] 지워진

최종화

by 백상민

“어? 리은아!”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추리닝점퍼에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사람이 나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아..”


나는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시선에 당황해하며 뒷걸음질 쳤다. 사람들의 시선이 마치 화살처럼 날카롭게 나를 겨냥했다. 금방이라도 나를 향해 날아올 것 같았다.


“어디 가는 길이야?”


하나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 옆에 있던 리포터도 나를 인터뷰하기 위해서 마이크를 들이댔다.


“안리은 선수? 생생TV입니다!”

“연습하러가는 길이야?”


나는 곧바로 뒤로 돌아 도망쳐버렸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웅성거렸다.


“신하나 선수 계속 인터뷰 하도록 하죠.”


리포터는 이미 가버린 나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 같은 말투로 인터뷰를 계속했다. 하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생방송 중이었기 때문에 인터뷰를 멈출 수 없었다. 나는 그 숨 막히는 공간을 벗어나서 끝없이 달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전속력으로 달렸다. 옆의 큰 도로에서는 차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나는 항상 신하나라는 사람 아래에 가려진 그림자였다. 하나한테는 대단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데, 사람들은 내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다. 누구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것인데. 오늘은 지더라도 또 다른 경기에서는 이길 수도 있는데. 경기에서 패한 나를 죄인인 것처럼 여기는 사회가 싫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 조금씩의 열등감을 가지기 마련이다. 현명한 사람들은 그 열등감을 자기 발전의 동력으로 삼는다. 반면 우둔한 사람들은 열등감의 화살을 외부로 돌리거나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 내부의 깊숙한 곳을 찌른다. 나는 우둔한 사람인 모양이다.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면서도 나는 다리를 매우 빠르게 휘졌고 있었다. 어떤 것도 나를 멈추게 하긴 어려워 보였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어보였다. 지면 잊혀 지는구나. 나는 어릴 땐 그저 진 것 자체에 화가 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지면 그 순간 내가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승자만을 원하는 이 사회가 나를 이렇게 바꿔버린 것 같았다. 내가 설 곳은 없는 것인가.


빵빵-


차들의 클랙슨 소리가 내 귀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도로 한복판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차량 한 대가 나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이상했다. 그 순간, 나는 과녁이었다. 깨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과녁. 두려웠다. 화살이 날아왔다. 그리고 정확히 과녁에 명중했다. 무언가가 부딪히는 엄청난 굉음이 도로 전체를 덮었다. 구급차가 사고소식을 접하고 사이렌을 울리며 급하게 달려왔다. 구급차가 도착한 곳은 방금까지 모자를 눌러쓴 어떤 여자가 질주하던 그 도로였다. 도로 앞 사거리 대형스크린에서 짧은 뉴스가 흘러나왔다.


“신하나 선수가 올림픽에 이어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도 우승을 거머쥐었다고 합니다. 역시 신하나 선수, 대단합니다.”


삐용삐용


정적이 감도는 차도 위, 오로지 구급차만이 위태로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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