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꺼내 아이돌 댄스를 따라 추기 시작했다. 딸이 즐겁게 리듬을 타는데 나는 속이 탔다.
가방은 던져두고 책상은 잡동사니 물건으로 엉망인 데다 숙제는 할 생각도 없고 계속 댄스에 빠져있었다. 딸의 말대로 나는 T성향이라 동작이 어딘가 어설퍼 보여서 "하려면 자신 있게 하든지, 흐느적거리지 말고"하고 말해버렸다. 딸은 그 말을 듣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는 땀이 났다.
한참 동안 딸이 해야 할 일을 기다렸고 몇 번이나 잔소리를 했다. "정리 좀 하고 놀아! 숙제는 안 해?"하고 말했다. 딸은 엄마 말은 무시한 채 아이돌 가수가 된 듯 취한 모습에 나는 달콤한 말을 해줄 수 없었다. "우와, 멋진데!!!" 하는 리액션이 전혀 없이 인상을 팍 쓰고 있었다.
가족모임에서 사촌들이 가요에 댄스배틀을 할 때 딸은 멀뚱멀뚱 쳐다만 보거나 뒤에서 따라 했다. 그동안 그렇게 하더니 한번 나서지 못하는 딸이 답답했다.
그걸 보고 "어휴, 집에서는 흥얼거리고 춤추더니 아무것도 못하네"하고 한마디 했더니 올케가 "안티엄마네. 딸에게 용기를 줘야지. 왜 그래요?"하고 말했다. '이것도 내 탓인가?'하고 생각했다. 요즘 애들은 길가에서도 어디에서도 가요 부르고 리듬을 탄다고 그랬다. '내가 너무 몰랐던 건가?' 하며 딸의 표정을 살폈다. 자기도 하고 싶은데 언뜻 나서지 못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속상했다.
집에 와서 "왜 안 했어?"하고 물으니 타이밍을 놓쳤다고 했다. "OO가 엄마가 그동안 네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해. 친구들도 다들 노래와 춤을 추는 것을 몰랐어. 자신 있게 해 봐."하고 말했다. 가정에서 지지를 못 받으니 나서지 못하나 싶어 미안했다.
그리고 한참 뒤 딸의 송년모임에 참석했다. 댄스 챌린지 시간이 있었다. 5초 정도 들려주고 제목을 맞추고 댄스를 하면 선물을 주는 코너였다. 딸이 즐겁게 하길 바라며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선물도 받고 친구들과 함께 댄스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요즘 아이들의 사춘기의 특성을 이해 못 하고 야단만 쳐서 미안했다. 딸의 행동을 지지해 줬더라면 기분이 충족되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