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oNomad
몸이 증명한 앎
전상희
나는 오랫동안
아는 것과 살아지는 것이
같은 줄 알았다
알면 바뀌고
이해하면 달라질 거라 믿었다
그래서 설명을 모았고
개념을 기억하려 애썼다
하지만 알고도 반복하는 일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카제인이 어떤 사람에게는
항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보는 분명히 머리에 들어와 있었다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제품을 끊었다
그리고 실제로
가려움과 미식거림이 사라졌다
몸이 조용해졌다
그런데도 나는
그 일을
몸이 증명한 사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좀 나아졌네
라고만 여겼다
그러다 어니언 수프를 먹게 되었고
치즈가 다시 땡겼다
이번에는
이상할 만큼 강하게
나는 거의 폭식하듯
치즈를 먹었다
며칠 뒤
가려움과 미식거림이
다시 나타났다
한 번은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은
우연이 아니다
여기서
머리가 아니라
몸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알았다
이건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보여주는 문제라는 것을
카제인과 증상 사이의 연결은
설명이 아니었다
개념도 아니었다
실체였다
그때서야
나는 “알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 경험 이후
나는 땡김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땡김은
항상 필요한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땡김은 종종
지금의 상태를 말한다
피로
불안
흔들림
몸의 말이 아니라
몸을 빌린
신경의 요청일 수도 있다
몸은
순간에는 헷갈릴 수 있다
먹는 순간
선택하는 순간에는
몸도 속을 수 있다
하지만
결과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먹고 난 뒤
만나고 난 뒤
선택하고 난 뒤
몸에
무엇이 남았는가
가벼움인지
피로인지
편안함인지
불편함인지
나는 이제
그 질문만 남긴다
지금은 어떤가가 아니라
그 뒤에 나는 어땠는가를 묻는다
삶은
생각으로 결정되지만
진실은
항상 몸에 남는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몸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몸이 증명한 만큼만
안다고 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