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나는 스코틀랜드(Scotland)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4천6백 명이 살고 있는 조그마한 '틸리'라는 마을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매 순간 의심을 작심으로 고쳐먹으며 동네 도서관과 게시판에다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포스터를 붙였다. SNS과 웹사이트에도 홍보했다.
이렇게 한국어 티칭을 시작한 지 벌써 1년 반이나 지났다.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된 한국어 튜터였다. 그간 경험한 좋은 점과 나쁜 점, 그리고 부딪히면서 직접 배웠던 점들을 적어 보고자 한다. 부디 타국에서 나처럼 한국어 교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첫째, 한국어 온라인 강의(Preply, Superprof) 플랫폼 활용. 남편이 예전에 한국어를 배울 때 온라인 강의 플랫폼인 'Preply'라는 곳에서 배웠었다. 물론 튜터비가 싸서 그곳을 선택했었는데 막상 내가 한국어 튜터를 하려고 보니 강사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미친 가격이었다. 한 번의 수업비에, 무려 33%의 수수료를 그쪽이 가져가게 되어 있고 시간이 지나 400시간 이상을 가르치게 된다면 18%로 떨어진다.
솔직히 무시무시한 수수료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Superprof는 수수료가 10%라 좋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의 레이더에 내 프로필이 뜨는 거라서, 인구가 적은 이곳에선 학생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 내가 가르치는 학생은 스코틀랜드 글라스고에서 살고 있어 온라인 줌(Zoom)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둘째, 페이스북과 내가 뿌린 포스터를 보고 시작된 한국어 그룹과 원투원, 즉 1대1 수업. 우리 집 동네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그룹으로 모았는데 세 명이 되었다. 10대, 20대, 60대로 연령별이 다르지만 온라인 말고 얼굴 보며 수업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학기마다 '한국 요리 만들기'를 했는데 지금까지 김밥, 비빔밥, 잡채를 만들어 봤다.
요리 만들기 수업은,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 말고 한국요리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도 초대했다. 요리 수업 전 주에 미리 새로운 단어와 문장을 익히고 요리법도 배웠다. 요리 레시피야 요즘 클릭만 하면 다 찾을 수 있겠지만, 직접 야채를 썰고 볶고 비비면서 함께 배우는 것만큼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요즘 '김치'를 배우고 싶다는 의견이 많아서 다음 시간에는 '김치 만들기'를 해 보려고 한다.
미국에 살고 있다는 한 학생은 페이스북으로 연락이 왔다. 시간대를 맞춰가며 줌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집 근처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내가 학생 집으로 가든지 학생이 우리 집으로 와서 수업을 한다. 물론 학생의 집을 차로 이동해야 할 경우에는 수업비 말고도 차비 포함해서 돈을 받아야 한다.
셋째, 집 근처 고등학교 뚫어보기. 공립학교는 방과 후 수업이 다 무료다. 그래서 나는 옆 동네에 있는 'Dollar Academy' 사립 국제 중고등학교를 노렸다. 감사하게도 그 고등학교에서 라틴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알게 되면서 방과 후 수업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게 되었고 학교에서도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그리고 다른 한 번은 부모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었다. 3월부터 두 번에 걸쳐 무료 한국어 수업을 진행했고 그 후부터는 수업비를 받았다. 무료수업 때는 10명의 학생들이 왔었는데 막상 수업비를 내면서부터 학생이 다섯 명으로 줄었다. 네 명으로 시작된 어른의 무료 수업은 수업비를 내면서 세 명으로 줄었다. 단점은 학교에서 하는 수업이라 한 명 당 10파운드(약 1만 7000원, 1시간 15분 수업)를 넘으면 안 된다는 것.
또한 학교의 필요에 의해 시작된 수업이 아닌 만큼 모든 수업비를 내가 알아서 걷어야 한다는 점도 단점이다. 특히 수업비가 선불임에도, 아직 내지 않은 학생들에게 수업시간마다 수업비를 내라고 말하는 게 내심 불편했다. 아직도 두 명의 학생에게 수업비를 받지 못했다.
원투원 튜터는 재정이나 개인의 문제로 3~4개월 만에 수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번번이 생긴다. 그래서 꾸준한 수업을 위해 학교를 뚫어보고자 했던 거였는데, 역시 뭔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한 학생을 잃게 되면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또 다른 학생에게서 연락이 온다. 어제는 아들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한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딸이 이번 여름방학 때 한국을 가는데 한국어를 배우고 싶단다. BTS의 성지인 한국을 꼭 가 봐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입을 모았다 열었다 찢어가면서 ㄱ, ㄴ, ㄷ, ㄹ 초성으로 시작해서 오른손, 왼손, 양 발을 양 옆으로 올렸다 내리면서 ㅏ, ㅑ, ㅓ, ㅕ를 배웠던 학생이 어느 날 '오늘 하루가 어땠냐'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실실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보람이 있다. 한국어 튜터, 생각보다 할만하다.
참고로 나는 세종사이버대학교 한국어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한국 원어민이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한국어 티칭은 쉽게 찾을 수 있고 가능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가 말하는 한국어가 한국어가 생소한 외국인에게 제대로 익혀지려면 Why와 How가 자꾸 막힐 때가 있었다. 그래서 사이버 대학교에서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번 봄학기가 끝나면 졸업한다. 한국어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Zoom과 PPT활용등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