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살 때는 회색 다람쥐가 뒷마당에 자주 놀러 왔었다.
부드러운 꼬리털 한 번 더 흔드는 거 담으려고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동그란 눈 깜박거릴 때마다 엄지손가락이 마구 올라간다.
북으로 올라갈수록 ‘붉은 다람쥐 구하기’라는 구호가 자주 보인다.
어떤 나쁜 놈이 다람쥐를?
그놈은 공격적이고 위협적이란다.
크고 튼튼해서 같은 공간에서는 붉은 다람쥐가 밀릴 수밖에 없단다.
근데 그보다 더 무서운 게 그놈한테 있다.
바이러스,
8%만 살아남는다.
‘잘 다녀오렴’ 엄마는 휘 사라진 딸 그림자 끄트머리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린다.
붉은 글씨 B+ 목걸이 걸고
“다 잘 될 거야” 입고
그림자가 휙 모로 누었다.
방금까지 꿈틀거렸던 따뜻한 피가 잘 자와 될 자를 순식간에 녹여 버렸다.
붉은 피는 먼지같이 공중에서 흩어진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쓰러졌다.
그놈이 눈을 깜박거릴 때처럼 엄지손가락이 무섭게 올라간다.
* 스코틀랜드에 이사 오고 나서 붉은 다람쥐를 알게 되었다. 붉은 다람쥐를 알면 알수록 미얀마에서 반쿠데타 시위로 숨진 19살 '치알신'이 생각났다. 미얀마땅에 하루 속히 평화가 찾아 오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