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괜찮은 제목으로 쓰고 싶었다. 가족끼리 오붓하게 나섰던 식당 탁자에 떨어진 머릿니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몇 주 전부터 정신없이 머리를 긁었던 건 아들과 딸뿐만 아니라 나도 그랬다. 단지 새로 산 샴푸 탓만 했지 머리에 이가 있을 거란 의심은 완전 제로였다.
15분 만에 머릿니뿐만 아니라 서캐까지 100% 죽일 수 있다는 샴푸를 샀다. 세상에 한국돈으로 만 육천 원이나 하다니. 샴푸 안에는 참빗까지 들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머릿니 해프닝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머릿니가 발견됐을 때 우리 가족은 외진 나라에서 살았었다. 머릿니 제거용 샴푸를 살 수 없었던 곳. 전기가 없어서 태양열 아래서 머리를 모았던 곳.
남편은 머리를 빡빡 깎았고 나는 짧게 잘랐다. 영국에서 태어난 남편은 생전 태어나서 머릿니를 처음으로 봤단다. 남편은 이를 잡아 손톱으로 반토막 내고 서캐를 골라내서 죽이는 나의 능숙함에 감탄했다. 허나 문제는 첫째 딸의 아프로 머리였다.
첫째 딸 이레는 태어나서 한 번도 머리카락을 자른 적이 없었다. 머리가 어깨까지 닿아 찰랑거리길 바라는 딸의 바람과 달리 아프로 머리는 옆으로 둥글게 자란다. 머리를 적셔서 최대한 빗질을 많이 한 상태에서 참빗을 시도했지만 도끼가 나무에 꽂힌 듯 중간쯤에서 꽂혀버려 빗의 이만 나갈 뿐이었다. 머리에 구간을 나눠서 머리카락 하나씩 서캐를 뽑아냈지만 빼다 보면 머리카락 끝자락에서 서너 개의 머리카락이 겹쳐 올라와 계속 서캐를 놓쳤다.
"휘발유를 부어라"
"삭발을 시켜라"
"염색을 시켜라. 염색약이 독하니깐."
주변에서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조언을 해 줬지만 시도할 만큼 맘에 드는 건 없었다.
차라리 밖에서 원숭이 한 마리라도 덥석 사냥하고 싶은 간절함뿐이었다. 그 놈이라면 이 잡는데 달인일 텐데.
'너 죽고 나 살자'식으로 무식하게 덤벼들었다. 아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영화를 보여줬고 세 번째 영화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쯤 내 허리랑 목이 끊어질 듯 아팠다. 솔직히 허리랑 목의 아픔보다도 서캐를 뽑지 못한 나머지 아프로 반이 더 남아 있다는 현실에 목메어 울고 싶었다.
우리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머릿니가 생겨서 엄마 무릎에 누워 있으면 종이 위로 떨어진 이와 서캐들이 '뚝뚝' 눈앞에서 죽어갔다.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엄마가 말한다. "돌아누워" 그렇게 한참을 돌아 누웠다가 내 차례가 끝나면 "다음"을 외쳤다. 나 말고 세명이 더 있었으니. 이제야 엄마의 값진 수고와 노동에 감탄과 감사가 절로 나오다니.
4번째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다. 더 이상 빨래를 널 자리도 없지만 왠지 빨리 끝내야 된다는 서두름이 세탁기만 못 살게 굴고 있다. 감사하게도 이와 서캐를 알게 된 남편이 이번에는 참빗을 들었다. 나무가 아니라 강철 참빗이다. 한 시간 넘게 화장실에서 첫째 딸과 참빗질 중이다.
검색해보니 요즘에 나오는 머릿니 제거용 샴푸는 효능이 좋아서 학교 선생님께 알리되 학교를 빠지지는 않아도 된단다. 아프로 머리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한테는 희소식일 테다.
100% 머릿니와 서캐를 죽일 수 있다는 샴푸가 진짜이길 바라며 글을 쓰는 내내 몇 번씩 머리를 긁고 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분들 또한 머리를 긁고 있는 건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