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 Mar 18. 2021

[고도를 기다리며] 엄친아 사무엘 베케트와 긍정의 힘

나도 모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

[토요일이라니 어느 토요일 말이냐? 오늘이 토요일이던가? 아니면 혹시 일요일 일련지도 모르지? 아니면 월요일이거나 금요일일지도 모르고]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간의 제한이 있다. 그래서 모든 과정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회사에서 지루한 초과 업무를 하는 동안. 사랑하는 가족과 보내는 하루 동안. 시간은 느리게 가거나 정반대로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지나간 슬픔을 되짚어보면 시간이 그 자리에 꼼작하지 않고 멈춰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맞다, 영영 오지 않는 사람과 상황 앞에서 시간은 멈춘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사람이 선천적으로 뛰어난 시간 관리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안다. 후천적인 노력과 실패를 통해서 지금보다 더 잘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던지 현대를 살아가는 너무 바쁜 '우리'는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은 키워야 한다.


  실제 구글이나 아마존 등등 세계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해외 기업들은 주당 근로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한국 평균 근로시간이 60시간인데 그들의 근로시간은 35시간이다. 망할. 나는 컨디션이 나쁘거나 일이 바쁘면 주당 근로시간 말고도 주말에도 근무했던 인턴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쓸 수 있을까. 시간을 너무 타이트하게 관리하면 그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놓치기 쉽다. 좀 더 다른 방식은 없을까? 나에게는 지금 시간 관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했다.


세상의 눈물은 일정한 분량밖에 없어서 어떤 사람이 울기 시작하면 울던 사람은 그 울음을 그치게 된다.
- 사무엘 베케트 -


  현대 부조리 연극인 고도를 기다리며를 쓴 희곡 작가 사무엘 베케트는 작품말고도 그 인생이 굉장히 파란만장한 사람이다. 그를 단하나의 말로 표현하자면? 부유한 아이슬란드 집안에서 태어난 차남이자 명석한 두뇌를 가진 '엄친아'. 얼굴이 생긴 것도 잘생겨서 동네 여인네들의 애간장을 태웠단다. 운동까지 상당히 뛰어났다. 한때는 럭비 선수로도 활약할 정도단다. 정말이지 그는 완벽해 보인다. 그런 그는 프랑스에 정착해서 창작활동에 매진했고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인생 작품을 써낸다.


  그런 엄친아 사무엘 베게트는 부조리극을 탄생시킨 작가이다. 인생 후반기로 갈수록 겉으로 보기에도 우울하고 내성적인 사람으로 표현된다. 그의 문학 작품 세계관도 대개 모호하고 불안한 심리가 들어있다. 처음 그의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당황할 수 있다. 나도 한숨을 쉬면서 페이지를 덮었던 안타까운 기억이 난다.


Samuel Beckett and his Cat 사무엘 바케트와 그의 고양이


그런 그에게 귀여운 친구가 있었다.


  사무엘 바케트는 생전에 고양이를 애호하는 집사였다는 걸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사람들 앞에서 나서기를 꺼려했던 그는 다른 동물보다도 고양이를 특히 아꼈다고 한다. 흑백 사진에서도 사무엘을 바라보기는커녕 딴청을 피우는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난다.


  사무엘 바케트는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작가'의 이미지에 가까운 실제 인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 글을 쓰는 동기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고도를 기다리면서란 작품에서 나타나는 허무함이 그를 계속해서 글을 쓰게 했을까? 동기 부여되는 방식이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재미가 매우 중요하다. 흥미는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상황에 따라서 분배할 수 있도록 해준다. 흥미로운 요소를 찾는 상쾌하고 활기찬 마음으로 일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다. 


  현재 내가 느끼고 있는 부담감이나 어려움은 사실 영원하지 않다. 언젠가는 지나가 버릴 것이다. 이때 나는 허무함이 느끼기 보다는 왜인지 모르게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비록 지금 많이 힘들어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분명히 그 어려움은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유쾌하게 나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


  사무엘 바케트 작가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비가 흩뿌려지듯이 내리는 날씨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모자를 푹 눌러쓰는 그에게 나는 알록달록 무지개 색깔 우산을 건네주고 싶다.






<instagram @helloreader7>

이전 02화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의 악동 검은 고양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