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것은 발가락이 하나 더 많은스노우화이트로부터 시작되는데..
["사람은 패배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야." 노인이 말했다. 사람이 파괴될 수는 있어, 그러나 패배하지는 않아.]
- '노인과 바다' 중에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도전하는 일은 언제나 걱정과 설레는 마음이 동시에 든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언젠가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설렘보다는 걱정이 많았다. 맞다. 선천적인 겁쟁이였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실패에 점점 예민해졌다. 미리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 방어적으로 행동하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내 의견에 힘주어 말하는 상황 속에서 점점 자신감을 잃기 시작했다..
나는 나 스스로를 소중하게 대하지 못했던 것만 같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첫 사회인이 되는 과정은 "험난" 그 자체였다. 대학교 시절처럼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큼 현실은 따라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도저히 출판 업계 종사자이자 작가라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도 첫인상으로 대상에 대한 편견을 쉽게 가졌고, 과하게 치장하는 것도 상황에 따라서 필요하기도 했다. 상황에 손쉽게 동화되어서 나도 눈치껏 행동해야 하지만 센스 있고 같이 일하고 싶은 커리어 우먼이 될 수 있었다. 본래 소극적이지만 적극적인 척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다.
은둔자이거나, 소심하거나 내성적인 작가가 많은 문학계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그런 의미에서 남다르다.
헤밍웨이는 미 육군 상사인 세계적인 소설가였다. 그는 소설에 강하고 모험적인 삶을 그렸고 성격도 절대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도 활동적인 편이라서 취미로 낚시와 사냥 그리고 권투 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노인과 바다를 썼다! 그의 취미와 책은 역시나 잘 어울렸다. 비빔밥에 고추장을 뿌리고 붕어빵에 팥을 듬뿍 넣는 것처럼.
고양이는 절대적으로 감정에 솔직하다.
몇 가지 이유로 인간은 그들의 감정을 숨길 수 있지만,
고양이는 그러지 않는다.
-헤밍웨이-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헤밍웨이는 초반 작품에 절대 만족하는 법이 없다. 스토리를 수정하고 수정해야 한다. 좋은 작품이 되기까지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헤밍웨이가 밤마다 초고를 탈고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전율이 생긴다.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서 펜과 종이와 싸투를 벌였을 것이다.
실제는 그는 미국 플로리다주 키웨스트 섬에 있는 생가에서 글에 몰두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그의 생가에는 무려 '30'여 마리의 고양이들과 살고 있었는데 이 고양이 대가족에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모든 고양이가 발가락이 하나 더 많은 고양이 ‘스노우 화이트’의 아들과 딸들이라는 것!
30여 마리의 고양이들은 다른 고양이와 다르게 앞발이 하나씩이나 더 많았던 것이다.
헤밍웨이의 짧고 직접적인 문체가 마치 상대방에게 펀치를 날리는 권투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헤밍웨이는 열 손가락으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글을 쓰는 습작생이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베테랑 작가였다.
글을 쓰는 작가들은 모두 소극적이고 내향적이라는 것도 사실 나의 편견이었다. 편견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제한하기 때문에 결국 본인에게 해롭다. 물론 이러한 편견이 타인에게도 확대된다면 '인종 차별'이나 '성 차별' 등등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된다.
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모든 사람은 입체적이다. 소극적이기도 하면서 적극적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그 중간 입장에 서 있기 마련이었다.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두 가지 면이 균등하게 있다.
바다를 힘차게 항해하다가 생가에 돌아와 작은 책상에 앉아 밤새 글을 쓰는 헤밍웨이도 마찬가지 아닐까? 헤밍웨이는 링 위에서 권투를 즐기다가도 집으로 들어와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썼다. 그는 권투를 하듯이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단문을 사용하곤 했다. 이것은 비유를 많이 쓰고 수식어가 화려한 다른 작가와 차별화된 헤밍웨이만의 문체가 되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 일을 자기 자신답게 했으면 좋겠다.
한 발가락 많은 고양이와 권투를 즐기던 작가인 헤밍웨이는 우리에게 어떤 상황이든지 나다움을 밀고 나가라고 말해준다.
발가락이 하나씩 많은 30여 마리의 고양이와 헤밍웨이는 세상에 그 어디에도 없는 정말 오묘한 조합이다.
그런데 난 이 조합이 참 좋다.헤밍웨이와 고양이가 함께 글을 쓰는 그 공간에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을 만큼.
<instagram @helloreade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