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좋아하는 무릎 냥이는 누구지?
["비스킷 통에 여러가지 비스킷이 가득 들어있고, 거기엔 좋아하는 것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게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걸 자꾸 먹어버리면, 그 다음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거든. 난 괴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걸 겪어두면 나중에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통이라고."]
- 무라카미 하루키
어디를 가든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에 따라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바뀐다 운동을 좋아하거나 독서를 좋아하거나 음악을 좋아하거나 사진을 좋아하거나.. 취미에 따라서 찾아가는 공간이 달라진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도 달라지게 된다. 요즘에는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를 수용하는 “유튜브” 플랫폼이 있어서 다양한 방면의 취미를 생각보다 손쉽게 즐길 수 있었다.
그런 유튜브는 이제 우리 모두의 일상적인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유튜브가 사라진다면 우리들은 여가 시간에 무얼할까?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은 애초에 계획했던 시간보다 훌쩍 지나갈 만큼 매력적인 마성의 콘텐츠가 너무 많다. 세상은 정말 넓었고 또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추천 영상을 통해 취미와 개성을 가진 집단을 만나면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들뜨고 그 순간 재미란 것이 폭파하면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엄청나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악마다.
‘취향’은 요즘 시대를 설명할 때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한 용어가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그전까지 즐기기 어려웠던 콘텐츠가 코로나 19의 온라인화와 비약적인 디지털 기술 발전에 의해서 어디에서나 쉽게 즐길 수 있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최근에는 미디어 사업이 무섭게 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성장이 가능하게 한 것은 '팬심'과 '덕심'이 아닐까 싶다. 나와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서 좋아하는 것. 그래서 나의 '취향'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최근 콘텐츠가 유망해진 중심에는 바로 멋진 취향이 있다.
생판 모르는 남이지만 함께 읽고 싶을 만큼 강한 개성이 있는
크리에이터가 수많은 구독자와 엄청난 조회수를 얻으려면 무엇보다도 취향이 일치해야만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절대적인 ‘팬층’을 보유한 동시대 일본 문학 작가다. 우리나라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상실의 시대가 꽤나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팬층이 탄탄한 그이기에 당연히 하루키의 소설책 이외에도 하루키에 대한 생애, 에세이, 논문도 항상 관심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하루키가 가지고 있는 그 멋진 취향은 무엇일까?
그의 취향에는 '고양이'가 있다냥!
그는 이십 대 중반부터 재즈바를 운영할 만큼 본인만의 음악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었다. 맥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재즈바에서 하루키는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가의 곡을 틀었다고 한다. 재즈바 이름에 대한 사연도 독특하다. 재즈바는 ‘피터 캣’이었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잃어버린 고양이의 이름이라고 했다. 얼마나 고양이를 사랑했으면 본인의 가게 이름을 그대로 고양이로 지었을까? 그의 확고한 호불호, 그리고 그만의 고양이 사랑이 느껴졌다.
해의 온기를 한껏 빨아들이고
눈부시게 빛나는 고양이
- 무라카미 하루키 [후와후와] 중에서 -
또한 평소에 친한 친구인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고양이가 등장하는 동화책을 제작하기도 했단다. 그 동화책 제목은 바로 '후와 후와다. 생각보다 대강 그린 고양이 그림들.. 그런데 웬걸? 하루키랑 잘 어울렸다. 역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하루키도 다른 집사와 마찬가지로 무릎 냥이를 가장 좋아한 것 같다. 실제로 사람들이 별로 없었던 재즈바라서 항상 하루키는 한가한 편에 가깝다고 그랬다. 영업시간이 끝나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피터 캣’ 재즈바에서 시간을 때우곤 했단다.
아주 늦은 밤에 아직 닫지 않은 그의 재즈바를 찾아가고 싶다. 그럼 스무 살에 자신의 음악 바를 만들어 자신의 세계에 집중해서 글을 쓰는 하루키의 뒷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맥주를 한 잔 마시다가 다시 글을 쓰는 그의 펜 소리가 들리겠지.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어떤 리듬일지 궁금하다.
<instagram @helloreade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