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는 사실 고양이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구요?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지음
머리가 시커먼 중학교 때부터 타로나 사주나 별자리 등등 미신을 좋아하던 나다. 몇 년전쯤에는 아는 사람은 다 알고 고위직도 찾아와 점을 본다는 유명한 사주학자를 만나기도 했다. 1월부터 6월은 몸을 아껴야 한는 둥, 내년에는 운이 좋다는 둥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내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부끄럽게도 홀라당 벗겨진 나의 개인사 앞에서 나는 사주를 보다가 엉엉 울어버렸다.
아직도 어렸을때 재미 삼아 봐오던 별자리, 타로 운세는 아직도 좀 후회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값에 친구랑 떡볶이를 먹을 것 같다. 그렇지만 뭐 이것도 나름 경험으로 남아 있다. 마음가짐이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된 고마운 순간으로 남아 있으니까 다행이지 싶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인생 조언
크고 작은 일이라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소하다는 것은 결국에는 디테일이 강하다는 말이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고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만 알아차릴 수 있다. 아무리 상관이 없어보이고 별 볼일 없더라도 긴장을 놓치않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티븐 잡스가 스마트폰에 기울인 정성과 사소함은 정말 예술에 가깝다란 생각이 든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에게도 사소한 것을 잘 기억하고 사소한 부분을 잘 짚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면 날수록 좋다. 일상에서 내린 그 작은 선택이 또는 그 작은 호의가 시간이 지나서 본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1인칭 고양이 시점으로 전개되는 문학작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쓴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이 장편 소설을 쓰고 일본 국민 문학 작가에서 주목을 받는 세계 문학 작가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때 작가는 갑작스러운 관심이 불편하게 느껴졌단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그는 다른 작가에 비해서 늦은 나이에 문학계에 데뷔한 늦깍이 작가이다. 만 38세에 가까운 나이였으니까 불혹을 넘기기 전에 작품을 쓴 셈이다.
많은 사람이 잘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사실 나쓰메 사세키 작가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양이 문학으로 명성을 얻은 사람이니 은연중에 당연히 그 동물도 좋아할 줄 알았다. 그치만 이건 정말 큰 오해다. 고양이를 대표하는 문학작품을 쓴 작가의 귀여운 반전이랄까. 그런 그는 고양이의 시점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설을 이끌어나갔다. 역시 작가는 상대방을 꿰뚫어보듯 그 입장이 되어보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 같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소설은 중학교 영어 선생님을 주인으로 둔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그 고양이는 얼마나 성격이 고약하고 오만한지 자신이 고양이란 사실까지 망각하고 만다.그리하여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온몸으로 받고는 자신도 인간 세계에서 사는 인간이라는 착각한 고양이. 그가 들려주는 재치 있고 사회 비판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읽다보면 고양이의 우스꼬아스러운 모습에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 꽤나 많다.
앞으로도 여전히 그는 고양이 작가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리라. 음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소설 작품의 시점은 독자가 소설을 바라보는 입장이 되었고 나쓰메 소세키는 그런 시점을 고양이로 정했다. 그는 평생 고양이 작가로 불릴 것이다. 작가 본인은 특별한 감정이 없던 대상으로 쓴 문학이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이 되면서부터 일어난 일이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이렇게 사소한 우연이 운명이 되는 일이 흔히 있다.
[눈의 표정은 조금 변했다. 눈빛은 점점 흐려졌다. 해가 지고 희미한 번개가 나타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두었다. 아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고양이가 있다는 것조차 잊었다.]
- 긴 봄날의 짧은 글 중 ‘고양이 무덤’ 나쓰메 소세키 지음
대표작뿐만 아니라 나쓰메 소세키가 쓴 수필<봄날의 짧은 글>을 읽으면 그 작가를 더욱 잘 알 수 있게 된다. 작가의 수필은 뭐랄까 건강검진으로 치자면 정신세계의 엑스레이(X-ray)라고 할 수 있다. 쉽고 재미있게 때로는 무덤덤하게 쓴 글을 읽으면서 나도 오랜만에 여유를 즐겼다.
그는 평소 명예나 부에 있어서 그다지 탐독치 않게 느끼던 현실적이나 따뜻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다른 사람의 과도한 관심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고. 오히려 일본 문학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작가는 어쩌면 흔한디 평범한 사람에 가깝다. 사람들이 찾아서 문장을 써 달라고 할때마다 얼마나 난처했는지 몰랐다고 말하는 일화에서는 아이참 좋은게 좋은 거라고 소박한 그에게 일러주고 싶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하이쿠 전문 문학잡지인 '호토토기스'에서 글을 연재되었단다. 늦은 나이지만 처음 글을 쓰는 사람과도 같은 마음으로. 재치 있는 문체로 당대 사회를 생생하게 써내려가던 작가가 궁금하다. 사소하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게. 함께 작가가 좋아하던 차를 나눠마시면서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재미를 느끼보자.
Instagram <@helloreade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