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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Nov 24. 2023

아동문학을 바라보는 시선

순수함에 대한 오해

아동문학에 대한 편견  

"아 되게 순수하신 분, 그러니까 착한가봐요"

 

 아동문학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대부분 나를 착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나는 멋쩍게 웃어보인다.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로만 볼 수만은 없다. 우선 나부터 그랬던 것 같다. 기억을 거슬러올라가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려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악당이었는지. 나는 어렸을 때 장난을 무지막지하게 했었다. 때로는 오히려 생각이 없는 말을 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가차없이 박살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문학이나 독서교육 이론을 공부하기 전의 나에게도 '착하다는' 오해와 편견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가 독서지도의 바람직한 정의는 "독서의 기술을 향상하여 높은 수준의 책을 소화하도록 돕는 교육"이라고 배우게 되었다.  


  사실 모든 아이가 어른의 입장에서 보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착하지만은 않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어른의 입맛대로 아이를 다룰 수는 없을 것이다.

 

   

  또다른 편견은 바로 아동문학은 '쉬워서' 내용도 '쉽다'는 것이다. 아동문학의 텍스트가 읽기 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텍스트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같은 어른도 그림책을 읽을 수 있다. 나아가 그 텍스트를 읽고 느끼는 지식은 개개인의 독서력과 경험에 따라서 천차만별일 것이다. 쉽게 읽힌다는 것은 장점이면 장점이지, 내용의 빈약성을 뜻하는 약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 학부모님은 아이가 커서도 취미로 책을 읽는 어른이 되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책읽기의 목적을 공부로 제한하면 안된다. 평생 엄마와 아빠가 책을 읽어줄 수도 없으므로 아이가 책을 읽는 순수한 흥미를 느끼는 경험에 최적화해야 한다.


  오히려 이 시기에 이 나이에 책읽기의 재미를 느끼면서 몰입하면서 읽는 경험이 선행되어야 전공 수준의 텍스트도 읽어내기 훨씬 수월해진다. 아이 책읽기에 있어서 이 책은 너무 쉽잖아,라고 얕잡아보는 시선을 거둬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책을 읽는다면 그것 자체로 격려받아야 할 것이다.


  겉에 드러나는 단면적인 책을 읽던 어른들의 경험을 버려야 한다. 머리가 말랑말랑한 아이의 입장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는 지금은 고밀도의 텍스트를 소화내기 위한 기초적인 발판을 닦는 중인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수백권을 읽기 보다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그림책이나 동시집 안에서 아이들의 독서법은 착하지 않아야 한다. 가끔은 실수도 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마음대로 읽어보려고 해야 하며 이를 자신의 생활에 응용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루하고, 딱딱하고, 빠르게 읽고 처리해야 하는 어른의 책읽기와는 달라야만 한다.  


독서를 깊이 있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세가지 준비물 : 예측, 질문, 연상

 

 그래서 나는 독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강조하는 점이 있다. 바로 책읽기 시간을 확실히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학부모님들께 아이가 자신만의 독서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강조하고 다시 강조한다. 이런 책읽기 시간을 강조하는 것은 필요하면 더 필요하지 절대로 부족하지 않다고 감히 단언한다. 그렇다고 학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책만 주면 끝이라고 오해해서도 안될 것 같다.


 전문가 선생님이 이끄는 독서논술 수업에서는 반드시 사전 준비물이 필요하다. 독서지도 사전 단계는 크게 3가지로 나뉘게 된다. 예측, 질문, 연상이다.  아이들은 책의 제목을 보고 이 책이 전달하고 있는 주제와 내용을 대략적으로 예측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혼자서 글을 읽기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하는 편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대감을 말할 때도 있다. 이때 질문은 아이가 책을 처음 만날 때 생기는 호기심에 가깝다.


  그래서 아이들은 가까운 친구, 선생님, 부모님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이야기를 꺼내면 꺼낼 수록 좋다.  만약 아이가 질문이 없다면 소극적인 성향이 있거나 궁금해도 스스로에게 묻고 넘기는 경우일 수도 있다. 그런 아이는 말보다는 글이 편한 경우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종이에 적어보도록 하기도 한다. 만약 아이가 말을 잘하고 적극적인 성향인데도 별다른 질문이 없다면 책에 무관심한 경우이다. 이때는 책과 친해지는 시간을 먼저 가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예측 : 적극적인 사고 활동

  

 질문을 넘어가면 아이들은 예측이라는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삐삐는 어른이 되기 싫어>라는 책제목을 봤을 때 떠오르는 자연스러운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아이는 이 책이 앞으로 삐삐라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겠구나, 나중에 이 아이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란 궁금증이 뭉게 구름처럼 머릿속에서 떠오를 것이다. 이렇게 책을 읽기도 전에 자유로운 아이의 머릿속에는 적극적인 예측 과정이 발생한다. 이를 통해서 아이는 그 책을 읽고 싶다는 내적 동기가 생기게 된다.


질문 : 워밍업 활동

  

 그 다음은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 이때 아이는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지나치기 쉽다. 그저 단순히 책의 표지가 예뻐서, 삐삐란 이름이 귀여워서, 평상시에 나이 어린 동생들을 좋아해서 그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정말 그렇게 책을 선택한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미리 책에 대한 질문 목록을 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삐삐는 어른이 되기 싫어> 독서 질문

1. 아이가 어른보다 잘하는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2. 반대로 어른이 잘하지는 못해도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뭘까요?

3. 새롭게 뭔가를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이렇게 질문 목록을 주고 생각해본 다음에 책을 읽기 시작하면 동일한 내용이라도 그 안에서 아이가 발견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는 훨씬 폭넓어질 수 있다.


연상 : 카메라의 편집 같기도 한, 매우 개인적인 활동


  마지막으로 연상이다. 연상이라는 과정에는 사실 정해진 정답이 없다. 자유롭게 아이들이 떠올린 생각을 창의적으로 제시하면 할수록 연상의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 아이들은 <삐삐는 어른이 되기 싫어>라는 책을 볼 때 자신의 경험을 떠올린다.


  어떤 아이는 자신이 음악회에 나갔던 가슴 떨리는 그 순간을 다른 아이는 멋진 어른을 보았던 영화 속의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다. 결국 머릿속에서 아이들은 각자 다른 시선으로 책의 소재에 대한 일화를 떠올리게 된다. 비유를 하자면 카메라의 필름 효과 같기도 하다. 동일한 인물이라도 빛의 밝기, 명암의 정도 등등이 달라지면서 미묘하게 책의 표정, 즉 이미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말 : 선생님, 저는 이렇게 생각했는데요?

  

나는 신입 독서논술 선생님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책을 읽기도 전에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자극들이 가해진다는 점이 너무 신기하고 놀랍다.


  그래서 매 독서수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인다.


  어른인 내가 읽은 책의 내용과 그 안에서 읽은 의미 때문은 아니다. 이미 단단하게 굳은 어른들의 생각을 뺨칠 만큼 너무나도 창의적이고 신선한 아이들의 생각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 저는 이렇게 생각했는데요?"


나는 아이들이 손을 들고 나의 수업을 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가장 뿌듯하다. 아, 내가 독서선생님으로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연재글에서 앞으로 아이들의 시선으로 동화를 읽어나갈 것이다. 어른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을 수업시간에 포착하고 어머님, 아버님과 나눠갈 예정이다.





Fin. 순수함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

 수업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순수하다고 느낄 때가 정말 많다. 그런데 순수하다는 말이 곧 착하다는 말로는 아이들을 포장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왜냐하면 순수하다는 말의 진짜 뜻은 바로 아이들의 생각은 깔끔하고 간결하다는 것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언제나 솔직한 대답이 나온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명료하게 말하는 것. 어른이 된 나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순수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그냥 착한 사람일까? 순진해서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사람일까? 아니다. 나는 순수한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시선을 가지고 현상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 가진 위대한 요소 중 하나이다.



관련 자격증

- 독서논술지도사 1급



작가의 말

"아동문학, 철학, 수업 중 개인적인 경험을 비빔밥처럼 적절히 섞어서 여러분과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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