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아이 넷과의 비행, 부모는 왜 잠을 포기해야 했을까
31일 아침 일찍 서울로 향했다.
오전 8시, 서울식물원으로 향했다. 더위를 피해 실내로 갈 만한 곳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했다. 하지만 온실 내부 온도는 야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행히 무료 실내 시설은 시원했고, 모네를 테마로 한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어 아이들이 즐거워했다.
거제 식물원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점심으로 포도원삼계탕 들깨삼계탕을 먹고 가족 모두 배부르게 채웠다.
운서역에 주차하고 택시로 공항까지 이동했다. 5시 비행기가 2시간 연착되어 7시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한국전통문화관에서 팽이도 만들고 태권도 시범 공연도 관람했다. 라운지에서 식사 후 놀이터를 찾아 나섰는데, 세계적인 공항 치고는 놀이터가 아쉬웠다. 그래도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다.
비행기 탑승 전, 남편은 언제나처럼 승무원들을 위한 초콜릿을 준비했다. 쌍둥이를 데리고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부모 둘 다 잠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부모가 늘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쌍둥이들을 엄마와 아빠에게 안겨서 자다가 깨다가 반복했다. 나와 남편은 아기가 깨면 걸어다니다가 잠들면 앉았다가를 반복실시했다. 17개월 아기를 데리고 여행을 하겠다는 것은 비행기에서 편안함은 포기를 한것이다.
다행히 첫째와 둘째는 빈 좌석 덕분에 누워서 잘 수 있었다. 나는 '옥씨부인전'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꽤 재미있었다. 내가 비행길 탈 때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넷플릭스를 미리 다운 받아 놓는것이다. 옥씨부인전이 재미없을 까봐 미지의 서울도 다운 받았다. 5시간 정도니까 5에피소드를 다운 받아놓았다.
비행기가 너무 건조했다. 팩을 사오지 않은 것을 무진장 후회했다. 매우매우 건조하니 수분크림이나 팩을 꼭 챙기자.
치앙마이 공항에서는 그랩 대신 공항택시를 택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랩은 출구에서 나와 왼쪽으로 200미터 정도 걸어가야 했는데, 네 아이와 짐을 끌고 가기엔 무리였으나 한 번 와본 적이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남편의 발걸음을 뒤쫓아 갔다. 40분간의 이동 끝에 12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막내둥이가 부엌으로 가서는 접시 하나를 깨뜨렸다. 에어비엔비 호스트에게 알리고 같은 종류의 접시로 새로 구매해서 채워 넣어야 했다. 아기 손에 잡히는 모든 깨지는 것은 아이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올렸다.
빠르게 정리하고 아이들을 재웠지만, 피곤한 아이들은 새벽 5시에 깨어났다.
내일은 온집안을 베이비프루프, 아기 안전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미션이 있다.
피곤함을 고려해 칠데이를 하기로 결정했다. 쌍둥이들의 컨디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전 낮잠을 재우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는데, 유모차를 가져가지 않은 것이 큰 실수였다. 아기를 안고 밥을 먹는 건 거의 묘기 수준이다. 다음엔 반드시 유모차를 가져가겠다고 다짐했다.
베트남 식당에서 나는 아주 멍청한 질문을 했다.
나 "태국 음식이랑 베트남 음식이랑 다른 게 뭐야?"
남편 "이건 베트남 음식이야."
나 "아..."
이 정도로 나는 동남아시아에 무지했다.
태국 사람들은 다양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중국, 일본, 한국인 처럼 생긴 사람 부터 필리핀, 혹은 인도 사람처럼 생긴 사람까지. 어떤 일본디저트 카페 직원에게 "일본인이세요?"라고 물었다가 태국사람이라는 대답을 돌려 받았다.
내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중국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어로 인사를 하거나 중국메뉴판이 필요한지 물어본다. 어디를 가나 중국 사람이 많기는 많은가보다. 태국 사람들은 대체로 젠틀하고 친절했다.
숙소는 도심에서 30분 거리의 주택가에 위치했다. 잔디가 깔린 마당과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책들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주택 생활을 저렴한 가격에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장점은 분명했다. 마당에서 놀 수 있고, 집이 크고 조용하다. 아이들이 시끄러워도, 집 안에서 뛰어다녀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그랩이 잘 잡히지 않고, 잡혀도 취소하는 기사들이 많았다. 주변에 편의시설이 전혀 없어서 마트까지 15분을 가야 했고, 수영장도 멀었다. 결국 차를 렌트하기로 했다. 차 없이 한 달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주택가에 있다는 수영장을 찾으러 나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도대체 수영장은 어디에 있는 걸까?
벌레 때문인지 밖에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가려웠고, 모기도 많이 물렸다. 내일은 반드시 모기 퇴치제를 뿌리고 나가야겠다.
치앙마이 8월이 한국보다 덜 더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매일 잠깐씩 비가 오고 습기도 많다. 흐린 날이 많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해가 나오면 정말 덥다.
첫 이틀, 네 아이와 함께하는 치앙마이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