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차: 렌터카 협상부터 병원 미션까지, 진짜 여행의 맛
아침 일찍 아기들을 재우고 큰아이들과 함께 숙소 클럽하우스 수영장을 찾았다. 하지만 직원은 없고, 오픈 시간은 11시.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0시 20분이었다.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만 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야외 플레이카페(Lenmaii Playground & Cafe)로 향했다. 이곳은 정말 완벽했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야외 놀이터, 작은 동물원, 그리고 실내 카페까지. 그림 그리기, 도자기 색칠하기 등 다양한 활동도 준비되어 있었다. 큰아이들도 작은아이들도 모두 신나게 놀 수 있었고, 비용도 저렴해서 하루 종일 즐길 수 있었다.
가끔씩 만나는 저렴한 물가는 기분 좋은 태국 여행의 매력이다.
신나게 놀고 동물들에게 먹이도 주고, 잉어들에게 밥도 주다 보니 어느새 저녁시간.
집으로 돌아와 닭고기 꼬치를 시켜 먹었다. 아이들은 거대한 닭다리를 먹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남편에게 제발 차를 렌트하자고 했다. 우리 숙소는 도심지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주택이라, 그랩을 불러도 항상 10분 이상 기다려야 하고, 가끔 잡혔다가 취소되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렌터카를 알아보다가 숙소 호스트에게 물어봤더니, 태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페이스북 사이트를 알려주었다. 거기에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올렸더니 5명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조금 더 협상을 통해 온라인보다 20만원 더 저렴하게 차를 빌릴 수 있었다.
인터넷 예약은 운전자 추가비, 카시트 추가비까지 있는데, 여기서는 모두 무료! 거의 30만원 더 절약한 셈이다.
내일부터 우리는 차가 생긴다! 이제 좌측통행하는 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치앙마이에 있는 방콕병원에 갔다. 김해에 서울이비인후과가 있는 것처럼, 여기도 그런 곳인 모양이다.
외국인을 위해 지어진 것 같았다. 안내직원들은 승무원처럼 옷을 입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시설은 구글 리뷰 그대로 5성급 호텔 수준이었고, 무료 커피머신(커피, 타이라떼, 코코아등), 그리고 곳곳에 준비된 물까지. 마치 호텔 로비 같았다.
더욱 놀라운 건 개원 11주년 행사였다.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귀여운 펜과 스티커를 나눠주고, 마지막 남은 코끼리 키링도 얻을 수 있었다.
수줍음이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미션을 줬다. 어른들에게 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오늘의 미션은 안내데스크에 가서 "11주년 선물 주세요"라고 말하고 오는 것. (데스크 사인에 그렇게 말하면 선물을 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아이들은 선물을 받고 기뻐했다. 작은 도전으로 조금씩 마음이 강해지고 있다.
방콕병원에서 그랩을 타고 센트럴 페스티발 백화점으로 향했다. 치앙마이에서는 마야몰이 유명하지만 우리는 마야몰보다는 센트럴 페스티발이 더 좋았다. 훨씬 넓고 크다. 1층부터 5층까지 쭉 돌며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구경했다. 5층 식당가에는 대부분 일본 식당이 있었고, 한국 식당도 두 개 정도 있었다.
아이들이 카오소이를 다시 먹고 싶다고 해서 태국 식당으로 갔다. 생선튀김, 카오소이, 샌드위치, 그리고 남편이 맛있다며 추천한 하얀 코코넛 수프까지 주문했다.
백화점은 작은 치앙마이같다. 백화점 곳곳 버스킹공연도 진행하고, 지하에는 야시장도 펼쳐져 있다. 시간이 늦어서 혹은 너무 더워서 야시장에 갈 수 없다면 백화점 지하에서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 처럼 아이 넷의 가족에게는 더없이 완벽한 곳이다.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더 특별해진다. 수영장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더 좋은 곳을 발견했고, 렌터카 때문에 고민했지만 현지인만 아는 꿀팁을 얻었다. 그리고 병원 방문까지도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