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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규 Jun 25. 2023

놀이터에서 돌아와 입이 뾰로통 튀어나온 딸과의 대화

아이들은 온몸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오늘 딸아이가 놀이터에서 친구랑 놀고 오더니 소파에 앉아서 입이 튀어나온 체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대화를 말로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온몸으로 대화를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온몸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축 처진 어깨와 뾰로통하게 튀어나온 입술은

"엄마, 놀이터에서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생겼어요."라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리얼러브 부모공부]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었기에 아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습니다.


청소를 하고 있던 저는 들고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딸의 옆으로 가서 앉으며 물었습니다.


"우리 딸, 사랑이 필요하구나."


딸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딸아이를 꼭 안아주고,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어요.


"놀이터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구나."

아이가 온몸으로 하고 있는 메시지를 해석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딸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

물어보았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거리며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말하기 싫다고 말하지 않도록 내버려 두면 부모에게 사랑도 가르침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아이는 '자신에게 뭔가 잘못되었고, 어려운 일을 경험하고 있다.'라는 공간에 있기 때문에 말을 하기 싫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 마음을 이해해 주되 말을 하지 않도록 허락하고 내버려 두기보다는 아이의 경험이 무엇인지를 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말을 하기 싫다는 아이가 억지로 말을 하도록 강요하거나 화를 내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단지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 말을 하기 싫지. 그럼 네가 말을 할 때까지 엄마가 여기서 안아주고 기다릴게."

그리곤 뽀뽀를 해주고 안아주고 둥개둥개를 해주었습니다.

딸이 입을 열었습니다.


"친구가 나한테 기분 나쁜 말을 했어."

"그래, 무슨 말을 했어?"

"말하기 싫어."

"알겠어. 네가 말할 때까지 기다릴게. 엄마는 너의 행복에 무척 관심이 많기 때문에 기다릴 거야."


잠시 후 입을 열었습니다.


"친구가 내가 집에 간다고 하니까 집에 가지 말라고 소리 지르면서 화를 내었어."

"그랬구나. 그 친구는 어떻게 하면 너에게 사랑을 주는지 모르기 때문에 화를 내는 거야. 사랑을 주는 법을 아무도 안 가르쳐 줬거든. 네가 뭔가 잘 못해서가 아니야. 놀이터에 놀다 보면 화를 내는 친구, 괴롭히는 친구, 놀리는 친구, 많은 친구들을 만날 거야. 그땐 네가 뭔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친구들이 사랑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야. 다음에 친구가 너에게 "집에 가지 마!", "물 마시지 마!"라고 소리를 지른다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엄마가 가르쳐 줄까?"

"응"


""내가 가고 싶으니까 갈 거야.", "내가 물 마시고 싶으니까 마실 거야."라고 말하면 돼. 같이 연습해 볼까?"

"아니, 안 하고 싶어."

"그래. 한 번 말해 볼 때까지 엄마가 기다릴게. 이렇게 말하면 네 마음이 강해질 거야."

조금 기다려주니

"내가 가고 싶으니까 갈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아이가 강해지는 사랑의 가르침을  또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어렵고 힘들고 상처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순간순간들을 마주할 때 아이 옆에서 강하고 단단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클 수 있도록 사랑으로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부모의 책임이지요.


저희 딸은 6살이고 최근에 혼자서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에 가서 놀기 시작했어요.

동네친구를 사귀는 경험은 한 달 정도가 되었습니다.


가정보육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 딸에게 첫 사회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경험을 하다 보면 아이가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상대 친구가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싸우시고 다호 다투기도 하게 됩니다.


어른들의 눈에는 작고 사소한 상황이고 '그런 걸로 삐지고 그러니?' '괜찮아. 별일도 아니네 뭐.'라는 말로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사소한 일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 순간은 아이 인생에서 일어난 가장 크고 어려운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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