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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아이 엄마 초딩·유딩이와 종로여행 2

기차타고 종로여행

by 마마규

플러스84에서 베트남 음식으로 배를 채운 뒤 식후 디저트를 사냥에 나섰다. 빠르게 검색해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할 만한 디저트 카페를 찾았다. 네이버지도에서 홍콩와플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익선주택으로 향했다.

사실 익선동 한옥거리라는 곳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한옥거리는 다닥다닥 딱 두 사람만 붙어서 걸어 다닐 정도로 좁은 길로 이루어진 한옥거리였다. 관광객들로 줄을 서서 걸어야 했다. 거기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온도도 갑작스럽게 떨어졌다.

나는 준비된 엄마다. 아이들에게 가져온 바람막이를 주었다. 바람막이를 입고 모자를 쓴 아이들은 빗길을 신나게 걸어다녔다. 나도 오랜만에 맞는 봄비에 젖었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적당히 비를 맞고도 즐거울 만큼만 비가 내렸다.


익선주택에 도착했는데, 모든 테이블이 가득 차 있었다. 토요일 오후 비어있는 것이 이상한 일일 것이다. 카페라 그런지 모두들 수다 떨러 자리를 잡았고, 비까지 내리니 빈 테이블이 나올 생각을 안 했다. 그렇게 20분을 문 앞에서 기다렸는데, 사실 기다리면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놀아서 그런지 그 시간조차 재미있었다.

계절과일 홍콩와플과 홍차크림, 메뉴에는 없는 땅콩버터 쉐이크를 시켰다. 땅콩버터 쉐이크는 입구에 광고하고 메뉴에는 없었는데, 동생이 먹고 싶어 시킨 쉐이크를 초딩이와 유딩이가 한 번의 호흡으로 다 마셔버렸다.

미안했던 나는 동생을 위해 쉐이크를 다시 주문했고 나도 한 입 맛보니, 왜 초딩이와 유딩이가 환장했는지 분명했다. 아주 맛있었기 때문이다.

찬찬히 앉아서 디저트와 음료를 만끽하고 그림도 그리고 방명록도 작성하고, 엉덩이가 가벼운 초딩이와 유딩이 덕분에 카페에서 나와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원래는 창덕궁에서 열리는 야간 공연을 볼 생각이었지만 비가 오는 관계로 집으로 갔다.

저녁 7시면 자도록 수면교육을 철저히 해두었기에, 외갓집에 와서도 7시에 재웠다.


동생과 나는 부모님과 아이들을 집에 남겨두고! 정말 수년 만에 영화관으로 향했다.

소설로 읽은 파과를 보기 위해서. 11시 티켓을 예약하고 갔다.

유후! 오랜만에 보는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고, 미리 소설로 보고 갔기 때문에 소설과 다른 점과 비슷한 점에 대해서 비교하며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보았다.


다음 날 아침 간단하게 빵과 우유로 아침을 때우고 종묘 한 바퀴를 했다. 서울살이 5년 동안 종묘를 가본 적이 없다. 교육적으로 좋을 것 같아 아이들을 데리고 종묘를 한 바퀴 돌았다. 오디오 해설을 들으면서 갔다.

'어? 어디서 듣던 풋풋한 여성의 목소리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송지효 배우님께서 내레이션을 했던 것이었다. 정감 있는 목소리로 들으니 쏙쏙 귀에 들어왔다.

과거 왕과 왕비의 제사를 진행하던 곳. 이런 역사적인 곳 덕분에 서울 한복판에서도 푸릇푸릇한 숲을 볼 수 있구나.


종묘 한 바퀴 후 기차를 타고 서울역으로 갔다. 점심은 파이브가이즈. 파이브가이즈는 원래 빨간 모자 쓴 직원이 딱 5명만 일한다고 해서 파이브가이즈인데, 서울역의 파이브가이즈는 30가이즈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마어마한 직원들이 어마어마한 손님들의 햄버거를 대량생산하고 있었다.

서비스로 먹는 땅콩 뿌시고 밀크쉐이크에 감튀를 찍어서 또 뿌시고 햄버거까지 사삭사삭 먹어 주었다.

정상적인 양을 먹는 사람이라면 리틀햄버거를 시키자. 그냥 햄버거를 시키면 패티가 두 개로 들어간다. 거대하다.

직원교육을 잘하는지 주문받는 직원들도 바쁜데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주문을 받아주셨다.


아, 이제 KTX 타고 집으로 간다.

여기서 저지른 실수. 가운데 자리를 예약했다.

우리 앞에 두 명과 마주보며 가야 했다.

이 마주보는 네 좌석이 정말 별로인 게, 좁아서 서로의 다리가 막 부딪히게 되는데, 부딪히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 한다. 부산까지 가는 내내 신경 쓰느라 매우 불편했다. 정말 친한 사이와 같이 네 좌석을 모두 예약하는 거 아니라면 정말 비추……

이렇게 우리의 신나는 종로 뿌시기 여행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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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익선동 한옥마을 2.플러스84 3.익선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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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플러스84 5. 종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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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길가의 멍뭉이 8. 종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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