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타고 종로여행 1박2일
남편의 해외출장이 5주로 잡혔다. 네 아이 엄마에게 5주간 남편 없이 아이를 봐야 한다는 사실은 작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남편은 선물을 주었다. 큰 아이들 초1, 6살, 큰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결정했다.
서울에 있는 부모님 집에 다녀오기.
종로 뿌시기를 해보기로 했다.
일단 급검색에 나섰다. 초딩과 유딩과 즐겁게 할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사실 아기를 데리고 가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집 초딩 유딩이들은 독립적이며 혼자서 무엇이든 하고 공공장소에서 인간답게(?) 행동하기 때문에 나는 못 갈 곳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초딩이 유딩이가 엄마와의 여행에서 즐거운 추억을 남기길 바라며 일정을 짜보았다.
일정
부산역에서 KTX 타기
서울역 도착
다이나믹메이즈 인사동 (초딩이와 유딩이를 위한)
인사동 거리 산책
플러스84 - 베트남 쌀국수
익선동 거리 방황
익선주택 홍콩와플
창덕궁에서 공연 보기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자고
다음날 종묘 한 바퀴
점심은 파이브가이즈
그리고 KTX 타고 집으로!
일정은 일정일 뿐. 가는 도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그쪽으로 갈 생각이다.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니 얇은 바람막이 겸 레인코트도 한 개씩 챙겼다. 아기가 없으니 가방이 매우 가볍다. 이렇게 우리의 1박 2일 여행은 시작되었다.
남편은 우리를 부산역에 데려다주었다. 부산역은 항구부터 하늘다리가 이어져 있다. 그래서 부산역 근처는 차가 많이 붐비기 때문에 항구 근처 주차장에서 내려서 육교를 타고 올라가 걸어서 역까지 걸어갔다. 이미 여행은 시작된 것 같다. 탁 트인 육교의 전망에서 바다가 보인다. 속이 후련하다. 아기 없는 여행, 이것이 얼마 만인가. 어린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자유롭다.
이 근처에서 내려주는 편이 훨씬 여유롭고 좋다.
초딩이 유딩이도 신났다. 오랜만에 기차를 타기 때문이다. 부산역에서 환공어묵을 샀다.
아이들이 각기 먹고 싶은 것을 골랐다. 나는 땡초, 유딩이는 새우어묵, 초딩이는 떡어묵, 거기다가 크림치즈 꼬치어묵까지 추가로 시켰다.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따뜻하게 만들어서 기차에 올랐다. 아기가 없으니 모든 것이 쉽고 순조롭다. 유모차를 들어 올리지도, 그 많은 짐 가방을 챙기지도, 등에 아이를 업을 필요도 없다. 이 가벼움. 하늘을 날 듯하다.
3시간 기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시간 조절이 필요하다. 9시 30분 기차를 탔다. 11시에 어묵을 먹기로 아이들과 약속을 했다. 환공어묵 부산역점 부산 동구 중앙대로 206 우선 공부거리를 꺼내준다. 초딩이는 덧셈뺄셈 숙제를 내준다. 유딩이에게는 한글 쓰기 숙제를 내준다. 숙제가 다 끝나면 영화를 보여준다고 한다. 아이들은 초집중한다. 빨리 끝난 유딩이가 먼저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초딩이도 마무리하고 같이 영화에 합석한다.
아이들은 아이패드로, 나는 나의 휴대폰으로 영화 감상을 시작한다. 이 얼마 만의 자유인가. 기차에서 영화를 보는 호사를 누린다.
11시가 땡 하고 어묵을 먹었다. 우리 모두 맛있게 먹었다. 아이 엄마로 8년. 언제나 내 가방에는 물티슈가 들어있다. 그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어묵에는 기름이 많았다. 맛있게 먹고 깨끗하게 치웠다.
내 동생(이모)는 서울역에 우리를 마중 나왔다. 아이들을 안고 한 바퀴 돌아준 이모를 만난 초딩이와 유딩이들이 신났다. 점심은 기차에서 해결했기 때문에 첫 번째 스케줄을 향해 갔다.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를 해두었기 때문에 걱정없이 장소로 갔다.
다이나믹메이즈 서울인사동점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2 유딩이는 입구에 있는 도깨비를 보고 무서워서 안 들어가려고 했다. 그래서 나온 사람들에게 무서우냐고 물어보았더니 키즈카페 같은 곳이라고 알려주었다. 아직 안심이 안 되는 유딩이는 겁에 질려서 나에게 매달려서 입장했다. 다이나믹메이즈는 딱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재미있는 곳인 것 같다. 덩치가 큰 나에게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초딩이 유딩이 엉덩이를 쫓아가야 했다. 기어가고 줄 잡고 올라가고... 설치되어 있는 게임은 어른에게도 조금 어려웠다. 방을 탈출하고 나오니 초딩이 유딩이들이 엄청 신이 났다. 다시 들어가고 싶다고 난리였다. 그러나 재입장은 가능하지 않았으므로 다음에 다시 오자고 말했다. 초딩 유딩이에게 엄청나게 재미있었다.
인사동 거리를 신나게 걸었다. 차가 없으니까 아이들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지나가다가 꿀타래 아저씨가 꿀타래 공연을 보여준다고 해서 아이들은 홀라당 넘어가서 꿀로 캔디 만드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이 한 개씩 공짜로 시식을 하게 해주었다. 즐거운 공연을 해주셨기도 하고 집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나눠 먹으려고 한 통 구매했다. 관광지에서 이렇게 훌렁훌렁 돈을 쓰는 거지.
중간 중간 갤러리 전시도 있었다. 그림도 구경하고 물건들도 구경하고. 여유롭게 인사동거리를 산책했다.
배가고프기 시작한다. 위험한 신호다. 배가고프면 길에서 보이는 모든 음식이 맛있어 보인다. 맛잇는 음식을 제대로 먹기 위해서 베고픔을 참고 간식거리를 먹지 않는다.
이른 저녁식사는 미리 검색한 베트남 식당에서 먹었다. 플러스84. 리뷰를 보고 너무 가고 싶었다. 유모차 끌고 쌍둥이랑 왔으면 절대 가지 못할 조그맣고 입구에 계단이 있는 식당. 직원들도 다 베트남 사람들 같았다. 제일 구석에 있는 다락방에 올라갔다. 아이를 키우면서 외식을 할 때 항상 이른 식사를 한다. 식사시간에는 모두가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기 때문에 최대한 바쁜 시간은 피한다. 그러다 보니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식당에서는 식사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다행히 여기는 브레이크 타임이 없었다. 모든 메뉴가 맛있었다.
다락방은 안락하고 아이들이 즐거워했다. 벽에다가 그림도 그리고 우리 이름도 남겼다. 이 장소도 우리에게 또 다른 추억이 된다.
다음 글에서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