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조직, 몸에 맞는 옷을 입고 있습니까?

by 지서방


1. 한국 HR조직의 변화

1) 기능조직 (ex. 인사팀/교육팀/노무팀 등)

회사창업 초기 100명 내의 규모일 때는 소수의 인원이 경영지원부라는 명칭으로 재무, 경영관리, 인사, 법무, 총무 등의 업무를 포괄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다가 회사의 인원 규모가 200여명이 넘어가면서 HR내에서도 기능에 따라 조직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직 구조는 관료제에서 비롯되었다. 같은 종류의 일을 묶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자 한 것이다. 관료제 형태의 기능조직은 HR 조직구조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오랫동안 활용된다. HR의 전문성 강화와 함께 단계별로 적합한 기능에 배치하면서 HR 구성원의 육성단계를 수립하는데 용이하기도 했다.


한국에는 서구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수한 HR 기능구조가 있는데, 바로 교육팀이다.

한국에서는 신입공채를 대규모로 채용하여 육성하는 것이 충원의 기본형태가 되면서 대규모의 신입사원의 조기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팀(인재개발원)이 성장했다.

대규모 신입공채를 육성하기 위한 목적에서는 시스템적으로 합리적이긴 구조이지만, 이는 교육담당자들에게 현실의 문제들을 교육 기능만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실현이 불가능한 미션을 주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교육조직이 조직문화팀으로의 진화를 꿈꿀 때 교육, 워크숍 등 이벤트적 활동에 국한되면서 그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다. 제도와 규정에 대한 변경 권한이 없던 조직이 문화업무를 할 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이것은 사일로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사일로는 사람관의 관계적인 단절로 많이 생각하지만, 관계 문제가 아니라도 오랜 기간 1가지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하면 생길 수밖에 없는 색안경과 부분적인 시야를 포함한다.


사일로를 벗어나기 위하여 HR조직은 기획-운영을 구분하는 프로세스 조직형태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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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로세스 조직 (ex. 기획팀/운영팀)

기능조직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로 인하여 성과주의의 도입, 구조조정, 핵심인재의 육성 등 HR 단일 기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범람하면서 회사는 더 높은 수준의 기획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시간의 소요는 크지만 영향력은 작은 운영업무와 분리되어 전사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이 자연스럽게 분화되었다.

대기업들은 기획과 운영을 분리할 수 있는 규모가 되었다. 신입사원들은 운영에서부터 현실을 익히고 기획에 차츰 참여할 수 있는 육성단계를 만들었고, 구성원들은 직무 중심으로 본인의 성장을 그리기 시작했다. 중견기업의 경우에는 기획과 운영을 분리하기는 어려웠지만 팀장이 기획 역할을 수행하고 구성원은 운영단에서 성장을 하도록 시스템을 체계화하였다.


이러한 체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획/운영은 본인 프로세스의 사일로에 빠지는 것을 완전히 방지할 수 없었다. 운영팀은 기계적인 실행만 반복하여 기획력이 떨어지거나 동기가 저하되기도 했고, 기획팀은 현장에서 오랜 기간 동떨어지면서 탁상공론에 빠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기획-운영의 프로세스 조직 형태에서도 사일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한국의 HR조직들은 시선을 밖으로 돌려 서구권의 HR 조직들은 어떠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지 벤치마킹했다. 그리고 그 해답으로 기획에 현장의 Needs를 전달하고 기획의 의도를 현장에 더욱 잘 녹일 수 있는 HRBP를 찾아내게 된다.



2. Three-Pillar Model

1) HR을 지탱하는 3개의 축

HR의 구루라고 할 수 있는 데이브 울리히는 HR은 단순 행정처리 부서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성공을 돕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방향을 위하여 HR조직을 역할과 전문성에 따라 세가지 기능으로 나눌 것을 제안하였고, 이것을 Three-Pillar model이라고 부른다.


첫번째 축은 Center of Excellence(이하 CoE)다. CoE는 HR의 특정영역에 대한 깊이가 있는 전문지식 집단이다. 회사의 전략 정책 제도를 기획하고 설계를 하면 특정이슈를 분석하고 결과를 제시한다. HR의 두뇌이자 설계자 역할을 수행한다.


두번째 축은 HR Shared Services(이하 SS)이다. 전사적으로 공통되고 반복적인 HR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센터이다. SS는 직원의 문의나 문서 업무를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집단이며, HR 데이터의 누적과 처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IT시스템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세번째 축은 기획-운영단에서 현장, 사업적 Needs를 연결시켜주기 위한 존재 HR Business Partner(이하 HRBP)다. HRBP는 특정 본부, 사업부에 배치되어 현업과 함께 일하는 HR 파트너다. 현업 리더의 참모로서 사업목표 달성을 위한 사람, 조직 이슈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CoE의 제도를 현업에 맞게 조율하여 적용하기도 하고 반대로 현업의 니즈를 CoE에 전달하여 제도를 개선하기도 한다.


이러한 조직에도 사일로는 필연적으로 생기게 된다. 그래서 울리히 교수는 이 모델의 핵심은 분리가 아니라 협업이라고 보았다. 결국 어떠한 형태이든 조직의 분리는 어느 정도의 사일로를 형성되고,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이해하고 협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20231101120112412.jpg 울리히는 SS, CoE, HRBP를 통하여 HR의 역할 4면을 최대한 충족시키고자 한 것 같다


2) 현실의 적용 형태

HRBP는 최근 몇 년 사이 스타트업과 IT기업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산되었는데 처음에는 HRBP에 지원하는 지원자들도 이해도가 적었고, 이를 만든 회사측에서도 위 이론에 대한 이해없이 다소 유행적으로 시작한 면이 있다.

실제로 Three-Pillar Model을 500명 미만에서는 원활한 운영이 어렵다. SS의 효율화를 위한 IT시스템의 구축은 1년이상의 소요기간과 높은 비용이 사용되는 프로젝트이다. 또한 HR인원 규모가 HRBP, SS, CoE에 적합한 역량을 갖춘 인재와 인원확보가 필요하다. 회사의 인원규모가 적은 경우에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으며 배꼽이 배보다 큰 경우가 만들어질 우려가 있다. 게다가 HRBP라는 개념이 처음 성립되는 단계인데 HRBP의 경험이 많은 인원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소규모 인원의 기업에서의 HRBP의 채용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소규모 인원의 기업은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CoE+SS로 HR팀을 구성하고 HRBP를 현업에 배치하는 형태로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시스템적으로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 업무정리 방법을 활용하면서 SS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로는 운영이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데이브 울리히가 목적으로 제시했던 HR의 전략적 파트너 역할 수행이 약화된다.

그럼에도 필자는 소규모의 기업도 위와 같이 Three-Pillar Model을 활용하는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더욱 전략적 파트너의 역할을 강화하고 싶은 바람 때문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추진해보는 것이다. 다만 현재가 비완성형 구조임을 이해하고 현재구조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구축과 인원확보를 통하여 구조를 완성할 장기적 개선 계획을 검토해야만이 그 바람을 이룰 수 있다. 중간에 멈추지 말고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왔고 어디까지 가야하는지를 수시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Three-Pillar Model을 구축하기에 시스템 및 인원확보 면에서 유리하다.

대기업 그룹사의 경우에는 지주사에서 CoE 역할을 수행하고 각 계열사가 인사팀이 HRBP 역할을 수행한다. HR Shared Services 센터는 전체 그룹사 직원들의 문의나 요청사항을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데이브 울리히의 모델은 1개 회사인데 반하여 그룹사 규모의 Three-Pillar Model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1개의 회사에서 발생하는 협업이슈가 더 큰 규모에서 다양하고 복잡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자칫 HRBP가 전서구의 역할만 수행하게 되는 문제가 있는데 그것이 1인 수준이 아닌 HR팀 규모로 발생할 수 있으며, 반대로 그룹사 전체 방향과 다른 HRBP의 독단적인 전략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그룹사 규모의 Three-Pillar Model에서는 CoE-HRBP-SS의 연결고리를 더욱 강력하게 맺을 필요가 있다. 정기적인 방향성 공유와 협업과 논의를 위한 조직문화 활동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3. 정답이 아니라 해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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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보았듯, Three-Pillar Model은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높은 복잡성과 IT 인프라, 고역량의 인재를 필요히디. 따라서 무작정 트렌드를 좇아 조직구조를 바꾸기보다는, 우리 회사의 규모, 성장 단계, 그리고 비즈니스의 특성에 맞춰 가장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고 단계적으로 진화를 생각해야 한다.


조직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를 지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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