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_ 우리만 아는 언어
산책을 하다 보면 가끔 뚱이를 보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름이 뭐예요?”
“뚱이라고 해요!”
“뚱뚱하지 않은데요?”
“하하, 표정이 무표정해서 뚱이라고 지었어요.”
그러면 다들 웃고 지나가십니다.
평상시 뚱이는 늘 무표정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제가 반갑게 “굿모닝, 내 강아지!” 하고 인사해도,
사료나 간식을 챙겨줘도 여전히 그 특유의 무표정.
짖지도 않고 조용히 누워서 저만 바라보는 게 일상입니다.
하지만 “뚱아! 우리 산책 갈까?”
이 말이 떨어지면 입가가 싸악 올라갑니다.
시츄는 입이 커서 그 웃음이 꼭 조커 같기도 합니다.
산책을 다녀오면 뚱이의 표정은 한결 다채로워집니다.
사료도 잘 먹고 물도 잘 마시며, 주는 인형도 즐겁게 가지고 놉니다.
10년을 함께하다 보니 이제는 무뚝뚝한 뚱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눈빛만 봐도 알게 되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뚱이는 점점 마음을 닫아가는 듯했습니다.
그럴 때면 참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어쩌면 제 곁에서 고생만 한 건 아닌가 싶어서요.
어느 날은 뚱이에게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뚱아, 넌 엄마랑 사는 게 행복하니?”
그러면 커다란 눈동자로 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또 씩 웃어줍니다.
그 순간 저는 알았습니다.
뚱이의 말 없는 언어를, 몸짓을, 표정을.
그리고 어느새 저 역시 뚱이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뚱이는 마치 제가 열심히 살아가는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하루를 마치고 소파에 앉으면 뚱이는 어느새 제 옆으로 와서 조용히 기대어 앉습니다.
“엄마,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어요. 이제 쉬세요.”
뚱이는 제 허벅지에 머리를 살짝 기대고 편히 쉽니다.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만족스럽게 한숨을 쉬고 꼬리를 살짝 흔듭니다.
그 몸짓에 저는 하루의 쉼을 온전히 느낍니다.
뚱이는 모든 언어와 몸짓으로 저에게 마음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저는 압니다.
뚱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또 산책 준비를 합니다.
뚱이는 신선한 땅의 냄새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합니다.
저는 그런 뚱이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바라봅니다.
“뚱아, 엄마랑 산책 가자!”
이 말을 뚱이는 오늘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이 글을 마치고 뚱이에게 말할 겁니다.
그리고 함께 저물어 가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뚱이와 저의 긴 그림자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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