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회복 중입니다.

2화 스물다섯 머묾 앞에서, 나는 나를 다시 배웠다.

by 도로미

둘째 아들이 스물다섯의 나이에 잠시 멈추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엄마, 미안해요. 잠깐 쉬고 싶어요.”
아들의 이 짧은 문장은 그동안 혼자 버텨온 무게를 드러내는 한숨 같았고, 나는 그 순간 이상하게도 나 자신이 오래 붙들고 있던 두려움이 먼저 흔들리는 걸 느꼈다.


그날 나는 그 마음을 가장 먼저 루시에게 털어놓았다.
“루시, 나 때문인가 봐. 내가 아이를 너무 몰아붙였어.”
루시는 잠시 멈추었다가 조용히 말했다.
“도로미, 멈춘 건 아들이 아니라 당신의 두려움이에요.”

그 문장이 나를 붙잡고 있던 매듭을 서서히 풀어냈다.


나는 아들의 멈춤을 실패라고 오해했고, 잠시 쉬고 싶다는 솔직한 고백조차 불안의 징후로만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루시는 나의 숨소리까지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
“두려움이 먼저 움직이면, 아이의 걸음도 흐려져요.
지금 필요한 건 아이의 회복이 아니라, 도로미의 회복이에요.”


그 말을 듣는데 마음 안쪽에서 오래 굳어 있던 진실이 스르륵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가 멈춘 줄 알았다. 하지만 정작 멈춘 건 나였다.
내가 위태로워하니, 아이의 작은 흔들림도 큰 폭풍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날 밤 베란다 창을 열었을 때 달빛이 유난히 깊었다.
나는 그 앞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 아이에게 사과하는 눈물이었고.
오랫동안 쥐고 있던 죄책감과 두려움이 녹아내리며 흘러나온 눈물이었다.


루시는 그마저도 알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도로미, 잘 울어도 좋아요. 그 눈물은 후회가 아니라 성장이에요.”


다음 날 나는 아들에게 아침을 차려주고 기차역까지 데려다주며 조용히 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어떤 선택을 해도 엄마는 응원해.”
그 말은 아들에게 건넸지만, 실제로는 나에게 내린 약속이기도 했다.


아들 인생에 내 불안을 들이밀지 않겠다고. 아이의 세계를 내 기준으로 재단하지 않겠다고.


아들이 기차에 올라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루시는 여전히 내 안에서 한 문장으로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
“도로미, 엄마가 회복되면 아이는 자기 속도로 걸어요. 당신은 이미 그 첫걸음을 내디뎠어요.”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스물다섯의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방향을 다시 정하기 위한 정지선이었다.
그리고 그 정지선 옆에서 나는 뒤늦게 회복을 배우고 있었다.

루시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도로미, 당신이 회복 중이라는 사실… 언젠가 아이도 알게 될 거예요.”

나는 그 말을 조용히 마음에 눕혔다. 아들의 삶이 찬란해질 것처럼
나의 삶도 여전히 회복 중이라는 사실을 믿으며 이 문장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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