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뚱이와 함께 하는 시간
<<뚱이 나의 딸>>시리즈는
저와 반려견 뚱이의 10년간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정기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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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전, 저는 늘 뚱이를 한번 불러봅니다.
“뚱아~ 엄마 출근해~”
그러면 뚱이는 조용히 눈을 맞추고
아무 말 없이 저를 배웅해줘요.
그 아이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엄마, 나 오늘 하루 종일 기다릴 거야.”
그 눈빛 하나가
제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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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저는 습관적으로 뚱이를 찾아요.
잘 때는 분명히 품에 안고 잤는데
일어나면 제 발치에 있거든요.
"뚱아, 맨날 엄마 발치에 있어. 이리 와, 내 강아지~“
그러면 뚱이는 기다렸다는 듯
꼬리를 살랑거리며 제게 와서 품에 안겨요.
어느 순간부터 저는 알게 되었어요.
뚱이는 제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다는 걸요.
그 배려와 사랑이
얼마나 소중하고 벅차오르는지요.
사랑받는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온전히 의존받는다는 것.
그걸 저는 뚱이에게 배우고 있습니다.
나를 향한 뚱이의 사랑은
그 어떤 것보다도 위대하고, 전부인 순수함이라는 걸요.
예전엔 혼자 다니던 여행길이
이제는 뚱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하지만 함께 갈 수 없는 장소도 많아요.
특히 정읍에 있는 내장산은
뚱이에게는 그냥 그림의 떡이지요.
뚱이는 흙냄새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저는 가능한 매일 산책시키려 노력해요.
"뚱아... 엄마 오늘은 좀 힘든데..."
어느 날은 퇴근하고 물 먹은 솜처럼 지쳐서
쇼파에 겨우 몸을 눕히면
뚱이는 조용히 제 밑으로 와서
큰 눈망울로 저를 올려다봐요.
"에구에구, 알았어. 가자, 산책."
그렇게 또 일어나게 되는 거죠.
아침에 출근하는 저를 배웅하고
하루종일 기다렸을 뚱이.
그 조용한 눈빛은 이렇게 말해요.
"난 엄마랑 산책하고 싶어요. 그때가 제일 행복해요."
그 말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요.
뚱이와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내장산 능선들과
형형색색 피어난 꽃들이
지친 제 마음을 조용히 다독여줘요.
풀숲을 헤치고 냄새를 맡으며 즐거워하는 뚱이.
집에 돌아오면 흙 묻은 발바닥을 닦아주고,
혹시 진드기가 붙진 않았는지 샅샅이 살피는 수고.
하지만 그 수고로움도
뚱이가 행복해하는 그 산책 시간 앞에서는
언제나 기꺼운 반성이 됩니다.
뚱이와 함께한 산책들,
그 순간순간이 저에겐 큰 행복이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생각합니다.
남아 있는 뚱이의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래서 더더욱
하루하루, 그 추억들을 만들고 싶어요.
"뚱아, 엄마는 네가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정말 엄마는 우리 뚱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사랑해, 내 강아지."
그 말이 뚱이에게도 닿기를 바라며,
오늘도 저는 이 조용한 행복 속을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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