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를 꿈꾸며

나이 듦에 대하여

by 도로미

목이 말라 눈을 떴다. 새벽 3시 30분.

화장실에 들어서자 거울이 나를 먼저 반겼다.

문득, 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이렇게 늙어버렸지…”


주름지고 처진 피부.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젊은 날의 내 얼굴이 오버랩됐다.

그런데, 그 청춘이 내게 말했다.


“지금 너의 얼굴이 훨씬 좋아 보여.”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 늙은 얼굴이 좋다는 걸까.

그 마음을 꾹 눌러두고 다시 이불속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잠은 이미 달아났고, 눈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때, 마음이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지금, 다듬어지는 중이구나.

부모의 사랑을 받던 어린 시절,

우정을 노래하던 십 대,

찬란했던 이십 대,

그리고 아이를 낳고 키워내던 나날들…

그 모든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빚어낸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젊은 내가 그런 말을 했나 보다.

“지금이 훨씬 좋아 보여.”

그래, 이제는 나이 들어감을 자랑스럽게 여겨도 좋을 것 같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곁에 없지만,

한참 늙은 어머니는 내 옆에 계시니까.


그리고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나의 손길이 필요 없을지 몰라도,

묵묵히 응원해 주는 것, 그것 또한 사랑이다.


누군가 그랬다.

환하게 빛나는 아침 해보다,

붉게 저무는 저녁 해가 더 좋다고.

넉넉히 퍼주고 보듬어주는

그런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그래, 나도 그렇게


붉은 저녁 해처럼

따뜻하고 넉넉한 품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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