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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잘 살아야
내가 돌아설 수 있어

내 사랑을 놓으며

by 도로미

사랑은 끝났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조용히 그 사람 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가 괜찮은지,

밥은 제대로 챙겨 먹는지,

어디 아픈덴 없는지

자꾸만 마음이 걸린다.

누군가는 말하겠지.

"그래도 이제는 끝난 관계 아닌가요?"

"왜 자꾸 그 사람 이야기를 해요? “

하지만 난 안다.

이건 미련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보내고 싶은,

마지막 예의 같은 마음이라는 걸.


그 사람은 말했었다.

자신은 평화로운 말년을 꿈꾼다고.

좋은 사람과 조용히 지내고 싶다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아, 이 사람은 떠들썩한 사랑보다는

조용한 위로를 바라는 사람이구나’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서로 너무 사랑했지만

끝내 같은 곳을 바라보지 못했다.

우리는 서로의 전부를 품고 믿었지만,

크고 작은 상처들, 생활이 주는 고단함,

감춰진 사정들까지도

서로에게 너무 많은 무게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도, 나도

너무 지쳐 있었다.

나는 점점

그 사람의 현실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그는 끝까지 나에게

다 말하지 못한 채

자신을 방어하기 바빴다.

그 사람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한테 한 말 중에 거짓은 하나도 없어.

그 대신… 말 못 한 건 있어!”


나는 그 말을 믿는다.

눈물이 철철 나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멀리멀리 와버렸다.

같이 있기엔 너무 다른 속도,

너무 다른 고통을 가진 두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

힘들어도 무너지지 말고,

하루하루 책임 있게 살아가길 바라면서


왜냐면…

그 사람이 잘 지내야

내가 비로소, 조용히

돌아서서 내 삶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


이제 더는 그리움도, 헛된 바람도

가슴 저린 기다림도

되묻지도, 붙잡지도 않기로 했다.

남은 건

이 사랑을

내 안에서 예쁘게 정리하는 일뿐이다.

그리고 언젠가

정말로 그가

좋은 사람을 만나

말없이 웃으며 하루를 편히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날, 나는

그를 향해

빙그레 웃을 것이다.

그저, 행복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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