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아이스링크장에 가자고 한다. 평소에는 아무 말도 안 하더니 왜 갑자기 아이스링크장에 가자고 했을까? 집에서 학교 가는 길에 하루에 2번(등교, 하교) 꼭 보는 곳이 있다. 바로 00 대학교 아이스링크 건물이다. 항상 보았을 텐데, 왜 그날만 강조했을까? 이유를 물어봤더니 반 친구 한 명이 지난 주말에 아이스링크장에서 스케이트를 탔다고 하더이다.
아이가 원하는 거 있다면 100%는 아니더라도 해주는 편이라 큰맘 먹고 주말에 아이스링크장에 가기로 했다. 큰 맘까지 느끼는 것은 아이도 나도 스케이트를 타 본 적이 없기에 좀 겁이 났었다. 긴장을 덜어내기 위해 출발하기 전에 먼저 유튜브 영상에 초보자가 스케이트 타는 법을 여러 번 보았다. 영상으로 봤을 때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균형을 잘 잡고 앞으로 가면 될 것 같은 느낌으로..
10월 1일이라 아직 햇빛이 뜨거웠기에 두꺼운 외투, 장갑, 목도리를 쇼핑백에 넣고 출발했다. 우리 집에서 5분. 아이가 갑자기 웃는다. 아까 영상에서 봤을 때 그 사람은 집에서 1시간 넘게 걸렸다고 하는데 우리는 5분밖에 안 걸리니 가까워서 좋다고.. 매표소에 어른 한 명(6,000원), 아이 한 명(5,000원), 신발 대여(4,000원)까지 계산을 해보니 총 19,000원이다. 처음이라 일일 강습이라도 받고 싶었는데 예약을 해야 된단다.
아이는 부리나케 계단으로 내려간다. 시간이 가기 전에 빨리 타야 한다고... 주말에는 12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라 그 외에는 이용을 못한다고 한다. 스케이트에는 버클스케이트와 스피드스케이트 두 종류가 있는데 초보자라면 버클스케이트를 사용하란다. 버클스케이트는 중심을 잘 잡을 수 있기에 그렇단다. 헬맷과 장갑을 착용하고 조심조심 아이스링크장(얼음마루)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온몸에 찌릿찌릿했다. 47년 만에 타는 것이라 믿을 수가 없었다.
아이도 나도 넘어질까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유튜브 영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는 옆에 바를 잡으면서 앞서서 천천히 나아간다. 같이 가자고 계속 아이를 불렀지만 나보고 따라오라고 한다. 아이가 다칠까 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하도 재촉을 해서... 우리를 본 어떤 선생님이 다가와 "질질 끌지 말고 걷는 것처럼 연습해 보세요"라고 팁을 준다. 아이가 먼저 걷는다. 아이도 나도 몇 번 넘어져서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간신히 세 바퀴 돌았다. 나는 쉬고 싶은데 아이는 한 바퀴 더 돌겠다고... 마침 정빙 시간(얼음마루 청소)이라 10분 동안 잠시 쉬었다.
정빙 시간 끝나자마자 아이는 다시 들어가려 한다. 난 도저히 못할 것 같아 혼자 들여보냈다. 아이는 옆에 바를 잡지 않고 씩씩하게 후다닥 한 바퀴를 돌았고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다면서 깔깔깔 웃는다. 첫날이라 아이의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았을까 염려되어 2시간만 하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역시나 아이는 발목이 아프단다. 다음날 아침, 아이는 두발이 아닌 네발로 기어 다닌다. 발목이 아프다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연고 크림을 바르고 쉬었더니 다행히 회복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스케이트 타고 싶다고 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나는 아이 따라 강남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