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배버킷리스트 Dec 03. 2022

포르투갈 vs 대한민국 소리 없는 아우성

리모컨을 찾아라


“축구 몇 시에 하지?”


“12시”


“10시가 아니고 12시?”



     

큰일이다. 12시면 쿨쿨 잠을 자는 시간이라 고민했다. 포르투갈과의 축구경기 어쩌면 쉽지 않을 거라 했지만 응원을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남편은 벌써 잠들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축구를 본다고 하고 아이는 방에서 인형놀이를 하고 나는... 밤 9시 30분을 가리키면서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서 아이에게 먼저 잔다고 했더니 아이도 잔다고 한다. 아이와 같이 누우면서 장난을 치다가 알람을 설정 못한 채 그냥 잠이 들었다.



 

잠결에 축구 생각을 해서 그런지 갑자기 눈이 번쩍 떴다. 나는 바로 벽시계를 쳐다보았다. 새벽 1시 23분..  남편은 침대에서 쿨쿨 자고 있다. 나는 얼른 남편을 깨웠다. 축구 보자고.. 남편은 벌떡 일어나더니 지금 몇 시냐고 묻는다. 새벽 1시 20분 지났다고 하니 축구 끝났네..라고 말한다. 전반전은 끝난 것 같고 아직 후반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얼른 TV 보자고 했다. 아차! 아이도 있었기에 불을 켜면 아이가 뭐라 할 것 같은데...




우선 리모컨을 찾아야 하는데 깜깜해서 찾을 수 없다. 어디에 있지? 남편과 나는 리모컨 찾느라 허둥지둥하다가 이불 위에 있는 거 보고 집었는데.. 이런 리모컨이 침대와 벽 사이에 떨어졌다. 어째 이런 일이...     

남편이 꺼내려고 손을 집어넣었는데 들어가지도 않고 나도 꽉 끼어서 아프기만 하고 꺼낼 수가 없었다. 남편이 스마트폰으로 불을 켰고 나는 긴 자를 찾아서 더듬더듬 거리면서 리모컨을 꺼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꺼내기엔 너무 좁아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같이 침대를 살짝 옮겼다. 우리 집에 1층이라 다행이지 2층이었더라면... 아무튼 어찌하여 간신히 리모컨을 꺼냈다. 바로 전원을 켜고 경기를 보자마자 점수가 1:1. 지금 생각하면 그냥 스마트폰으로 보면 될 걸 왜 고생스럽게 리모컨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강팀인 포르투갈인데 우리 선수가 골을 넣었다니 남편과 나는 작은 목소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긴장하면서 보는데 아이가 시끄럽다고 뭐라고 한다. 아이를 다른 방에 옮길 수도 없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TV 소리도 무음으로 하고 우리 둘 다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남편과 나는 서로 마주 보면서 두 팔로 또는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응원했다. 아마 제삼자가 봤더라면 웃겼을 거다.




긴장하면서 축구를 보니 사레들려서 그런지 기침을 했다. 내가 기침을 하는 것을 보고 남편이 꿀물 타 준다고 주방으로 나간 사이에 황희찬 선수가 골을 넣었다. 역전승이다. 난 그 자리에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박수를 쳤다. 다행히 아이는 내 박수소리에 깨지 않았다. 남편은 내 박수소리에 골 넣었냐고 물어보는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가 깰까 봐... 남편이 꿀물을 들고 와 내가 골 넣었다고 얼굴 표정과 두 팔로 행동으로 보여줬다. 남편도 기분이 좋아 소리 없이 입을 크게 벌리면서 웃었고 나도 덩달아 소리 없이 웃었다. 그때가 후반전 47분...


    



그런데 우리가 2:1로 앞섰지만 가나와 우크라이나 경기가 궁금했다. 남편보고 귀에 속삭이면서 우크라이나와 가나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더니 다른 방송을 틀더니 헐.. 우크라이나가 2:0으로 이기고 있었다. 어째 이런 일이. 심장이 쫄깃쫄깃... 속으로 가나를 응원했고 경기가 끝났을 때 우리가 16강 진출로 성공!!!!!!!!! 선수들이 끝까지 경기에 집중한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이 기쁜 소식을 소리 질러야 하는데 소리 없이 입만 크게 벌리고 있으니 얼굴이 다 아프다.


리모컨 힘들게 찾고 소리도 지르지 못한 상황에 응원하고


정말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사는 안면이 되고 인맥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