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배버킷리스트 May 26. 2023

아침부터 전쟁?

기상

아침 7시 50분, 알람소리가 요란하다.





알람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아이에게 일어나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아이는 짜증나는 얼굴과 신음소리에 일어나지 않는다. 일어나라고 몇 번 재촉하자 부스스 일어나지만 상쾌해 보이지 않는다. 씻고 밥 먹고 옷 입고 학교 가기 바쁘다. 지각할까 봐 부랴부랴 가방 챙기고 문 열어주면 헐레벌떡 뛰어가기 시작한다. 아침마다 반복되는 생활이 아이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아이가 기분 좋게 일어나고 기분 좋게 옷 입고 기분 좋게 밥 먹고 기분 좋게 등교했으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는지 생각해 보았다.




몇 년 전에 인간극장에 아이 3명을 키우는 엄마가 아침에 깨우는 방법이 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를 틀어준다고 한다. 그러면 자는 아이들은 알아서 뽀로로 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온다고 한다. 그 장면이 기억이 나서 나도 아이에게 시도해보았다.





7시 50분 알람소리가 요란하다. 아이가 자고 있는 방에 불을 켜고 TV 리모컨을 찾아 EBS14번 틀어줬다. 그 시간에 만화(까투리.. 등)가 나온다. 나는 그동안 주방으로 가서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8시에 아침식사를 해야 하는데 아이는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가 보니 아이는 누워서 TV를 보고 있더라...


우리 집 TV는 거실에 있지 않고 안방에 있다. 우리는 안방에 자는데.. 오히려 독이 되었다. 아침마다 아이는 TV를 보게 되었고 아침 식사도 늦어지고 등교시간도 더 빠듯하였다. 그래도 아침마다 짜증 나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 영상을 보다가 아침에 아이를 깨우는 루틴을 보게 되었다. 쭉쭉이를 해주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장면을 봤다. 이것도 괜찮을 거 같아서 시도해 보았다.





7시 50분 알람소리가 요란하다. 나는 불을 켜고 귓속말로 "시은아, 사랑해"라고 속삭이면서 말했다. 그런 뒤 아이 팔다리 쭉쭉이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간지럽다고 한다. 하지만 눈을 뜨지 않는다. 나는 동화책을 들고 아이 옆에서 같이 누웠다. 아이에게 "동화책 읽어줄까?" 물었더니 눈 감은 채 고개를 끄덕인다. 책을 읽어줄 테니 제목이 무엇인지 알아맞히라고 하고 읽기 시작했다. 내가 첫 페이지 읽고 나서 아이는 책 제목을 맞추더니 눈을 뜬다. 그러면서 내 목소리를 귀담아듣는다.


중간까지 읽다가 8시 알람소리에 학교 갈 시간이 되었다고 얼른 일어나라고 재촉을 했더니 아이는 동화책을 더 듣고 싶단다. 학교 갔다 와서 나머지 읽어준다고 했더니 아이는 서운해한다. 역시나 지각할까 봐 허둥지둥 등교를 했다.





아이가 동화책 듣는 것을 좋아하니 7시 50분에서 40분으로 알람 시간을 앞당기로 했다. 7시 40분 알람 소리에 불을 켜고, 귀속말로 "시은아 사랑해"라고 속삭인다. 바로 쭉쭉이를 해주고 나도 아이 옆에서 누워서 동화책을 시 55분까지 읽어준다. 그런 다음, 아이가 자고 있는 이불을 개기 시작한다. (우리는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자요.) 아이는 바닥에 뒹구르르 구르면서 내가 이불 개는 것을 비껴준다. 그럼 나는 주방으로 가서 아침 준비를 하면 아이는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밥 먹는다.




이렇게 한지 5일째 접어드는 날, 아이가 이런 말을 한다.


"엄마, 나 학교 5분 일찍 갈래요"


놀라운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아이가 학교에 일찍 간다는 말을 하고.. 동화책 읽어준 때문인가? 아니 니면 이불 개서 그런가? 아니면 쭉쭉이를 해서?  귀속말로 "시은아, 사랑해"라고 속삭여서 그런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아무튼 아침부터 전쟁이 아닌 5분 일찍 등교하게 되어 나도 아이도 마음이 편해져서 좋다. 이대로 변치 않길 바라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하고 싶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