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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배버킷리스트 Jul 06. 2023

10분 먼저 도착한 딸이 하는 일

질문의 기술

마릴리 애덤스의 "삶을 변화시키는 질문의 기술"에 의하면 질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심판자로서 질문을 할 수 있고 학습자로서의 질문을 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를 할 때 심판자로서의 질문이 나을까? 학습자로서의 질문이 나을까?


심판자의 질문은 무엇일까? 부모와 자녀의 소통에서 "언제 공부할래?, 그렇게 해서 되겠니?, 왜 그러는 거니?, 넌 왜 엄마 말을 듣지 않니?, 왜 그랬지?, 언제 잘 거니?..." 등 이러한 질문은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을 고립하게 만든다.




반면 학습자의 질문은 부모와 자녀의 소통에서 "언제쯤 자야 내일 아침을 활기차게 맞을 수 있을까?, 엄마의 말에 대해서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지금 네가 하는 일이 언제쯤 끝날지 알려주겠니?, 제대로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네가 그렇게 한 까닭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겠니?, 엄마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니?..." 등 이러한 질문은 아이들이 주도적인 사람으로 자라게 되고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나는 과연 내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있을까?





출근하기 전에 포스트잇에다가 몇 자 적고 아이 책상 스탠드에 붙이고 서둘러 나간다. 메모에 적은 내용은 대부분 '사랑하는 딸~ 집에 걸어오느라 힘들었지? 더우니깐 샤워하고 쉬고 있어. 엄마가' , 아니면 '사랑하는 딸~ 비가 많이 와서 집에 오느라 힘들었지? 옷 갈아입고 숙제하고 쉬고 있어. 엄마가'.. 이런식으로 간단하게 적는다.


퇴근 중에 아이한테 전화가 온다. "엄마! 샤워했는데 그 다음에 뭐해?"라고 묻거나 아니면 "엄마! 숙제 다 했는데 그다음에 뭐해?"라고 한다. 나는 "네가 하고 싶은거 해"라고 하면 아이는 알았다고 끊는다. 메모에 적은 대로만 하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연락이 온다. 아마도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아니면 자기주도적 능력이 부족한 걸까?


질문의 기술을 이해하고 나서 어제 포스트잇에다가 학습자의 질문 방식으로 적어보았다. '사랑하는 딸~ 땀 많이 흘렸을 텐데 집에 도착하면 무엇을 먼저 하면 좋을까? 엄마가' 라고 편지를 썼다. 아이의 반응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퇴근 중에 아이한테 항상 전화가 왔었는데 이날은 조용하다.  


나보다 10분 먼저 집에 도착한 아이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현관문 열었더니 아이는 해맑게 웃으면서 양팔을 벌린다. 그러면서




딸 : 엄마! 시원하죠?

나 : 응, 정말 시원하네~

딸 : 엄마를 위해 선풍기 틀어놓고 에어컨도 틀었어요. 내가 엄마보다 먼저 오니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물었더니 아이는 포스트잇에 엄마가 쓴 편지를 보고 바로 집이 너무 더워서 생각한 것이 시원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학습자의 질문의 힘!!! 신기하다.


그럼 오늘 출근하기 전에 포스트잇에다가 어떤 질문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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