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집에 있기엔 더워서 아이랑 00 백화점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아이에게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 수 있으니 네가 필요한 만큼만 돈을 챙기라고 했다. 아이는 책상 위에 저금통 뚜껑을 열어 지폐 몇 장을 꺼내어 지갑에 넣었다.
00 백화점 7층에 영풍문고가 있다고 하여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갔다. 들어서자마자 아이는 탄성을 지르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아서 아이 찾기가 어려워 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이가 나를 찾기 쉽도록..
조금 있다가 아이는 양손에 물건을 쥐고 온다. 하나는 슬라임 하고 하나는 콩순이 편의점 장난감이다. 또 다른 곳으로 쌩 가더니 한 손에는 캐릭터볼펜, 또 한 손에는 뿅망치를 들고 온다. 이것저것 가져오더니 나중에는 바구니가 넘치다 못해 들 수가 없었다.
나 : 이거 너무 많은 거 같은데 다 살거니?
아이 : 응, 내 용돈으로 살 거야.
그러면서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바구니에 넘치다 못해 한쪽에 삐죽 나온 장난감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빠졌다. 현명한 엄마라면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잠시 눈을 감고 날숨과 들숨을 반복했다.
'탁' 소리에 눈을 떴는데 아이는 물건을 놓더니 이제 다 골랐다면서 계산을 하러 가자고 한다. 무거운 바구니를 들고 계산대에 가기 일보 직전에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나 : 바구니에 있는 거 다 필요해서 고른 거니?
아이 : 응, 내가 고른 물건은 집에 다 없는 거야.
물건을 고를 때 집에 없는 거 사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을 했나 보다. 아이에게 얼마 정도 가져왔는지 물었더니 아이는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더니 오만 원 2장과 오천 원 1장을 보여줬다. 돈을 챙기라고 했는데 이렇게 많이 가져올 줄 몰랐기에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물론 이 돈은 아이가 그동안 모은 용돈도 있고 세배해서 받은 돈을 차곡차곡 모은 것이라 뭐라 할 말이 없지만 하루 만에 아니 30분 안에 이렇게 많이 소비한다는 생각을 못했기에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움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 아이에게 15개 골랐으면 집에 있는 15개 물건을 버리는 것이 어떻냐고 물었다. 아이는 시무룩하더니 바구니에 있는 물건을 하나씩 빼기 시작했다.
15개 중에 5개를 뺐고 나머지 10개는 꼭 사고 싶다고 한다. 계산대에 가서 물건을 계산한 결과, 65,800원이 나왔다. 왜 이리 비싼지 확인해 보니 소프트 스티커가 6,000원이다. 그것도 그것을 6개를 샀으니... 심호흡을 하고 우선 아이 돈으로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받았다.
아이는 싱글벙글이지만 나는 다음에도 이러면 어쩌지 라는 근심이 있었다. 얼핏 어릴 때 경제교육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생각이 났다. 용돈기입장을 따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만들었다.
용돈기입장이 올바른 경제개념을 심어주고 금전관리에 있어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아이가 지금 3학년이니 일주일에 5,000원 용돈을 주고 있는데 그냥 저금통에 넣기만 했을 뿐 용돈기입장에 기록하지 않았다. 용돈기입장에 들어온 돈, 나간 돈, 남는 돈을 생각하면서 기록하게 되면 언젠가는 소비패턴을 이해하게 될 거라 생각이 든다.
어제 아이가 포장지가 있냐고 묻는다. 이유를 물었더니 같은 반 친구가 내일 생일인데 캐릭터볼펜을 선물하고 싶단다. 주말에 골랐던 물건 중에 친구 선물도 있었구나..
남을 도와줄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부자라더니 우리 딸 그런 생각도 했었구나.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