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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배버킷리스트 Sep 19. 2023

교사는 아니지만 학교에서 일합니다

학습준비물실

밖에서 까르르 웃음소리에 잠시 멈춘다. 소리 나는 쪽으로 다가가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잠시 숨을 돌린다.







여기는 00 초등학교 학습준비물실이다. 나는 하루에 4시간 여기서 일을 하는데 각 반에 필요한 학습자료를 만들거나 복사하거나 학습도구를 준비해 놓는다. 그러면 각 반 아이들이 와서 가져가거나 선생님이 오셔서 픽업을 하고 다음에 반납을 한다. 즉, 내 업무는 학습준비물실에서 운영하고 관리를 하는 것이다.  


처음 여기 왔을 때 창문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형광등 자체가 밝아서 그런지 눈이 부셨다. 'ㄷ' 형 큰 수납장이 천장에 닿을락 말락 했고 1/2 이상 닫혀 있는 상태였다. 가운데는 일자형 롱 책상 위에는 코팅기, 제본기가 있었고 아래에는 코팅지, 제본스프링 등이 쌓여 있었다. 창가 쪽에는 1인용 책상에 컴퓨터와 칼라프린터가 놓여 있고 옆에는 큰 복사기가 있었다.


업무 지시한 선생님은 어떻게 무엇을 할지 알려주면서 첫날에는 수납장 안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란다. 첫 번째부터 수납장 아래부터 위까지 훑으면서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열고 닫는 것이 은근히 힘들어 나중에는 다 열어놓고 멀리서 한참 쳐다봤다. 그리고 사진으로 남겼다.


첫 번째 수납장은 직원 사물함이었다. 그 안에는 옷걸이는 있었지만 옷을 걸만한 봉이 없었다. 봉이 왜 없지?

두 번째 수납장은 실, 바늘, 모루 등이 있다. 세 번째 수납장은 장난감 시계, 주사위 등이 있었고 (아마도 수학 도구일 듯), 네 번째 수납장은 특유한 냄새가 나는 뽀로로 크레파스, 빼꼼 크레파스가 보였다.  다섯 번째 수납장은...


총 80번째 수납장을 보면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우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습자료가 정리가 덜되어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다. 얘기 들어보니 학습자료실이 이곳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쩐지..


천천히 정리하라고 하는데 정리하는 것도 일이겠다 싶었다.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 무엇을 먼저 정리를 해야 할까?


우선 직원 사물함이다. 옷을 걸만한 봉이 없으니 계속 의자에 걸쳤는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시설팀에 전화를 걸었다. 옷을 걸만한 사물함 봉을 설치해 달라고... 다음날 오셔서 줄자로 재더니 어딘가로 전화하면서 주문을 하더이다. 일주일 후 봉을 설치해서 그제야 옷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자료를 정리를 해야 하는데 80개 수납장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바로 양면테이프, 스카치테이프, 종이테이프였다. 테이프 있는 곳에 뜯지도 않은 박스가 있었고 크기도 뒤죽박죽이었다. 근데 박스 안에 또 박스가 나왔고 그 안데 테이프가 한가득이었다. 우선 다 꺼냈는데 어느 위치에 둬야 할까? 아무래도 테이프 자주 사용할 것 같으니 문 옆 수납장에 두기로 했다. 한  수납장에 3개로 나눠져 있기에 맨 위칸에는 넓고 큰 테이프(50개 넘음), 중간에는 중간넓이 테이프, 마지막칸에는 가장 작은 테이프를 분류하여 정리하였다. 안에 테이프가 있다는 것을 수납장 문짝에 번호와 라벨을 붙였다. 다른 자료도 이런 식으로 계속 정리하였고 두 달 가까이 걸렸다.


정리한 것 중에 가장 뿌듯한 것은 색종이다. 색종이도 워낙 종류가 다양해서 분류하는 것도 일이었다. 단면색종이, 양면색종이, 한지색종이, 금은박색종이, 꽃무늬색종이, 동물무늬색종이... 크기도 다양하다. 10*10cm, 5*5cm, 7*7cm, 20*20cm...  거기다가 세트로 있는 것도 있지만 색깔별로 묶음으로 나오는 것도 있다.


어떻게 정리해야 되나.. 오죽하면 도서관에 가서 정리수납책을 보거나 유튜*나 *글, *이버 검색도 했다. 하지만 주방이나 옷정리는 많이 있지만 문구 정리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나중에는 알파문고나 교보문고까지 방문해서 어떻게 정리하고 분류했는지 일 때문에 구경하기도 했다. 직업 정신이 너무 강한가?




이제 6개월째 접어든다. 처음보다 조금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정리를 한다. 이번에는 물감 정리.. 튜브용 물감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하나씩 짜본다.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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