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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다 May 14. 2021

무의식적 애정

빨래 접기에 대하여


내 손은 예쁘지 않다. 아니 못생긴 편이다.

시어머니의 손은 곱다. 당신은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내 기준에선 그렇다. 손톱이 길쭉하고 손끝도 얇다.

이제 주름은 좀 졌지만,

-

한 날은 시어머니가 우리 집에서 빨래를 접는데

착착착 반듯하게 쌓여가는 옷가지들을 보고 있자니

그 모양이 바지런해서 한참 동안 바라본 적이 있다.

양말은 뒤꿈치를 잘 모으고 반으로 접어서 손으로 반듯하게 누르고 내복은 양 팔을 안쪽으로 맞춰서 손 다림질을 여러 번 하며 접으셨다.

아들의 양말을 접을 때나 손주들의 내복 따위를

접는 고운 모양의 손끝에서 그들을 향한 시어머니의 애정이 은근하게 비쳤다.

이 날 이때까지 그 손은 아주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그들을 사랑해왔으리라.

아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여태껏 엄마의 그런 사랑을 입고 자랐다. 무의식 중에도 녹아있는 사랑-

-

아이들의 옷을 갤 때마다 종종 하는 생각이 있다.

이 옷을 걸칠 때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으면-

너를 만나는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다.

주름 없이 잘 펴진 원피스에서,

좋은 섬유유연제 향기에서, 하얀 양말에서.

그런 걸 좀 알아주면 좋겠다. 하는 유난스러운 바람

남편의 셔츠를 다릴 때도 '잘돼라. 이동휘(남편의 이름이다.) 깔끔한 옷 보고 누구에게 던 지 부끄러운 대접받지 마라-'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하루 종일 나와 떨어져 아이들과 남편이 입고 다닐 옷을 보고 있자면 엄마의 마음은 자꾸 유난스러워진다.

-

어릴 적부터 예쁜 것과는 거리가 먼 내 손을 보며

'손이 길면 게으르다던데'

라는 친정엄마의 말도 안 되는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늘날 내 손은 빨래만으로도 너무 바쁘다.

찬 물 더운물 푹푹 담그고 이 세제 저 세제 맨손으로 덥석덥석 만지는 통에 거칠고 주름졌다.

하지만, 손 끝에 정성을 담아 하루 종일 움직인다.

쉴 새 없이.

아름다운가? 모양은 몰라도 그 그림자는 아름답겠거니-

아이들 옷을 접으며 무의식 중에도 사랑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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