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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다 Jul 16. 2023

만연한 다정함

필요했던 것

나는 네가 좋아서 어리석게도 자주,

너의 가벼운 실망보다는 나의 불편을, 때때로 슬픔을 선택한 나의 시절들을 미워하거나 연민한다.

우리의 시절은 지나온 계절에 구애받고, 의식하지 못한 것에 조차 구애받으며 나를 종종 갇히고,

회귀하게 만들지만 숨을 크게 쉬며.

‘나는 오늘에 있다’고.

-

창밖으로 간간이 들리는 말소리나 주변의 결을

맞추지 못한 높은 소음, 터벅거림, 한낮의 뜨거운

아스팔트와 거기에 쓰여있는 50이라는 숫자,

인적이 드문 산책로, 건조하게 깜빡이는 신호등,

그리고 방 안에서 시원한 물이나 마시는 나의 태연함에 안도한다.

어쨌든 계절은 성실히도 흘러왔으니. 불편했든,

때때로 슬펐든 어쨌든 간에.

여전하게도 나에게 만연한 어리석은 다정함은

내가 미워하는 것, 버리고 싶은 것,

그러나 받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이다.

어쩌면 네가 좋아서라기보다 그저 너의 다정함을

원했을지도.

애정보다는 가벼운, 그 정도가 필요한 시절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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