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이 무섭지도 않다
이건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슬프다든지, 아프다든지, 고통이라든지 등의 어떤 단어로 마음 상태가 드러내지지 않는다. 말로 되지 않기 때문에 말할 수가 없다. 그저 입술만 오물거릴 뿐이다. 언어가 되지 못하는 신음일 뿐이다.
남편을 잃고 오 년이 지났으니 사람들은 이제 내 마음이 거의 안정적으로 회복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보일 것이다. 만나고, 웃고, 먹고, 화도 내니까.
함께 꿈꾸던 세상이 무너져 버렸다. 푸르던 희망도, 아웅다웅하던 일상도, 목표도, 감정도, 감성도 다 주저앉았다. 잿더미가 되었다. 내가 살던 한 세계가 사라진 것이다. 마음이 사라지고 눈이 빛을 잃었다. 잿빛 대낮, 생기 잃은 꽃나무, 무의미한 권유들이 저만치서 열을 올린다.
난 그저 살아있는 것이 현직일 뿐이다. 그는 이 세상을 떠났고, 나는 산 목숨으로 이 세상에 갇혀버렸다. 갇힌 채로 먹고 자고 울고 웃는다. 누가 이런 세상을 알겠는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 만난 선배가 그랬다.
"뭐 그리 힘들게 생각하노. 밖에서 즐겁게 지내고, 집에 들어가서는 좀 울고, 자기 애들, 학교 애들 보면서 세월 가면 괜찮잖아."
다른 지인이 말했다.
"열심히 살다가 아파서 먼저 가셨는데, 먼저 떠난 것은 안타깝지만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악기도 배우고, 운동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요. "
고마운 위로에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오래전에 친구가 농담 삼아하던 말이 생각난다. 오십 대 과부는 하늘이 내린 복이란다. 우린 그때 진짜? 진짜? 하면서 깔깔댔었다. 함부로 웃었다.
겪어보지 않은 일 중에 상상으로도 알 수 없는 상태가 이것임을, 겪고 나서야 깨닫는다. 사람 마음을 두고 이보다 더 겸손해질 순 없다. 아무런 말도, 위로도 무용하다. 시시비비가 공허하고, 희로애락이 무감한 세상이 되었다.
오롯이 혼자 겪는 은둔이 무섭지도 않다. 사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