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긴 한가 보다
우연히, 남편과 사별하고 3개월밖에 안 된 어떤 사람의 글을 보게 되었다. 순간 나는 무덥고 습한 대낮의 아스팔트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잠시 숨이 멎고 신경이 멍해졌다.
점심에 딸에게 그 얘기를 했다.
어째 그게 가능할까? 나는 지금도 시원찮은데......
엄마, 그건 엄마가 좀 다른 거야. 내 친구들 중에도 아빠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인 경우들 있잖아. 경이엄마, 원이엄마, 정아엄마. 얘기 들어보면 다들 친구들 만나서 놀러도 가고 운동도 하고 노래방도 가고 그러신대. 엄마보다 늦게 혼자되셨어도 벌써 재미있게 잘 지내시나 봐. 다들 그러니까 글도 쓰고 올릴 수 있지. 엄마가 좀 다르게 아직도 그런 거야.
이 말을 듣고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자식이 겉으로 보는 것하고, 그 엄마들 진짜 마음하고 어째 똑같겠어.
다를 게 뭐가 있어. 잘 웃고 편해 보이시던데.
졸지에 나만 아직 정신 못 차리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마치 그 고통을 일부러 부여잡고 있기나 한 것처럼. 울컥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이상한 건가 진짜. 그렇다면 안 되는데. 어쩌지.
그래도 딸이 말한 그 엄마들의 모습이 진짜 괜찮은 상태라면 진심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어찌 그렇겠는가. 괜찮지 않다는 걸 나는 안다. 딸의 친구들도 나를 본다면 아 이제 좋아지셨구나 할 것이니.
나는 애써 괜찮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어쩔 수 없다. 정직하게 내 마음을 보고 싶다.
나는 사별 후 사람들에게 흔히 있는 조울증에서 조증은 사라지고 울증만 있는 것 같다. 대체로 무심하거나 까닭 모를 울울한 상태여서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는다.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상을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아침이면 직장을 나가고, 나가서는 내 일에 책잡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퇴근 시간이면 곧장 집으로 돌아온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는 마치 내 모습 같다. 마당으로 나가 궂은일을 애써 하고, 어두워지면 안으로 들어와 간단한 저녁에 혼술을 한다. 하루의 뉴스가 세상을 흔들어도 내 마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다 무슨 소용이람. 저러다 지나가면 그뿐인 걸.
공적 인간은 어디 가고 오로지 사적 인간만이 있다. 이런 내게 무엇인들 새로울까. 이러고도 내가 선생일까. 새로움을 잊어버린 매일이 공허하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좀 유별난 것 같긴 하다. 가장 가까이 있던 한 존재를 잃은 이 상황이 아직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