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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샘 Aug 16. 2024

깍두기 담그기

깍두기를 담그며

  농수산물 시장에 갔다. 벌써 다발무가 여기저기 상점마다 놓여있다. 새삼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 준다. 오늘은 아이들이 먹을 깍두기를 담는 날이다. 무를 사러 돌아보며 좋은 무를 골라본다. 잎사귀가 푸르고 매끈하며 초록색 빛이 선명한 것이 좋은 무다. 다발 무는 한 묶음에  오 천원, 옆집은 사 천원 동치미를 생각나게 한다. 양파를 골라 담아 파는 곳, 고구마를 수확하는 시기이니 고구마도 파는 곳이 많다. 고구마도 한 박스에 이 만원, 만팔 천원, 강화도 호박고구마도 한 박스 샀다. 배추도 다양하다. 강화도배추, 강원도고랭지배추, 전라도배추, 땅콩배추, 키가 큰 배추, 짧은 배추, 속이 노랗고 겉은 진한초록색을 띠고 있어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참자. 무를 파는 곳에 왔다 한 개에 이 천원 한 박스에 만 사 천원, 여덟 개가 들어 있어 한 박스를 샀다. 다음은 부재료를 사야한다. 마늘, 대파, 쪽파, 생강, 내일아침 간식으로 먹을 채소스틱에 쓸 당근도 사고 나니 어느 새 박스가 많다. 아저씨가 차량까지 전동차로 이동해서 실어 주었다.     

  김치 담그는 걸 좋아한다. 시장에 가서 제일 먼저 눈에 띠는 것은 배추, 무, 알타리, 쪽파, 갓, 오이, 얼갈이배추, 열무, 모두 김치를 담글 수 있는 재료들이다. 올 여름은 열무김치를 제일 많이 담았던 해 인 것 같다.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하고 있기에 조리실을 들랑날랑 할 수가 없어서 제일 쉽고 간편한 열무김치를 담아 여름 내내 잘 먹었다. 열무 김치는 다듬고 씻어서 한 시간정도 절여놓은 후 깨끗이 씻어 헹궈 물기를 뺀다. 그 사이 들어갈 재료를 다듬는다. 마늘 몇 쪽, 양파 한 개, 찬 밥 남은 것, 사과반쪽, 멸치 액젓 조금 넣고 믹서기에 드르륵 갈아준다. 곱게 간 양념에 고춧가루와 매실청, 설탕을 조금 넣고  살살 버무려주면 열무김치가 완성된다. 참깨 살짝 뿌려 물기를 자박자박하게 하루 정도 냉장고에 넣었다가 두면 여름에 먹기에 안성맞춤인 열무김치가 된다.     

  아이들이 먹을 깍두기를 담기 위해  무 박스를 조리실로 옮겼다. 제일 먼저 박스에서 꺼낸다. 튼실한 무가 예쁘다. 연두빛 잎사귀가 반쯤은 붙어 있고 매끈한 것이 보기에도 싱싱해 보인다. 꺼내어 물로 살살 닦아주니 금세 뽀얀 자태가 된다. 즐겨보는 유튜브‘김대석 세프’의 무 다듬는 요령을 보니 “무의 끝부분도 상처 나지 않게 칼끝으로 살짝 잘라주고 껍질도 벗겨내지 말고 깨끗이 씻어 사용하는 것이 영양면에서 좋다”라는 게 생각이 나서 살살 씻어주어 물기를 뺀다. 도마를 놓고 무를 동그랗게 썰어준다. 사각사각 칼이 지나갈 때마다 좋은 소리가 난다.      

  아이들이 먹을 깍두기는 손톱크기만큼 작게 썰어준다. 선생님들이 먹을 깍두기는 설렁탕 집에서 파는 것처럼 담글 생각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무가 크고 많아서 두 개정도는 내일 점심에 먹을 생채도 만들어야겠다. 어른용 깍두기는 큼직하게 썰어 굵은 소금으로 절여두었다. 아이들 먹을 깍두기는 작게 썰어 굵은 소금을 살짝 넣고 액젓, 설탕, 물엿, 양파, 찬밥, 배, 마늘 넣고 믹서기에 갈아 대야에 부어 대파를 송송  썰어 넣고 고춧가루는 넣지 않고 버무린 다음 하루 정도 상온에 보관하여 김치냉장고에 넣어 매일 아이들의 점심 급식으로 준다. 두 살 아이들도 깍두기를 좋아한다. 밥과 함께 오물오물 씹는 그 입이 어찌 그리 이쁜지. 생채용 무는 채 썰고 굵은 소금, 고춧가루, 설탕, 식초, 참기름, 대파 ,참깨 넣고 쓱쓱 비벼준다. 숨이 죽고 용기에 담았다. 선생님들 먹을 깍두기는 살짝 숨이 죽으면 물로 한 번 헹구고 다진마늘, 액젓, 설탕, 양파 한 개, 사과반쪽, 찬밥, 넣고 믹서기에 드르륵 갈아 고춧가루를 넣고 잠시 불려둔다. 양념이 어느 정도 걸쭉해지면 무와 함께 버무려준다. 햇고추 가루를 넣었더니 빨간색이 선명하다. 익혀서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어른용 밥반찬이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깍두기와 어묵볶음, 된장국, 닭살간장덮밥이다. 아이들은 깍두기를 주고 선생님들에게는 생채를 제공하니 비빔그릇을 챙겨 달라고 한다. 각 반 아이들 배식을 하고 비빔그릇에 밥 넣고 생채를 넣고 쓱쓱 비벼서 맛있다고 먹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6,7세반 배식을 도와주러 갔다. 선생님용 생채를 보더니 아이들이 맛있겠다며 “우리도 주면 안돼요?”라고 한다. 배시시 말하는 모습이 예쁘다. 먹고 싶다는 친구들만 손을 들고 식판에 생채를 놓아주었더니 역시 밥 위로 생채를 쓱쓱 비벼 먹는 모습이다. 간단하고 하기 쉬운 음식이지만 생채 한 가지 음식으로 인해 오늘 모두가 행복한 것을 보니 나 또한 행복해진다. 빵빵한 배 만큼이나 행복도 빵빵하다. 무의 변신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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