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해요 - 시기심과 열등감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의 감정 (3)

by 정신안아픔이

나는 보드게임을 매우 싫어한다. 이기려고 아등바등해야 하는 것이 괴롭고 졌을 때 수치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 보드게임에서 졌다고 손해 볼 것이 있는가? 보드게임에서 진 것이 나의 열등함을 반영하는가? 설령 보드게임이 나의 지능을 반영하기 때문에 진 것이 수치스러운 일이라 하더라도, 보드게임에서 진 일이 나에게 손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즉 보드게임에서 진다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아프기 때문에 보드게임을 피하게 된다.


이처럼 남과 비교를 하는 것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에게는 직격탄이라 할 수 있다. 남보다 못난 나는 ‘위대한 나’라는 이상에 직접적으로 돌을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위가 정해지는 보드게임은 나에게 쥐약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에는 이 사실을 모르고 보드게임에서 진 순간부터 기분이 확 나빠져 우회적으로 공격성을 표출하곤 했었다.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은 대개 삶에 활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까닭은 뭘까? 웅대한 이상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사소한 일상의 일은 그들에게 자극이 되지 않는 까닭도 있겠지만, 나는 이 원인이 ‘비교’에도 있다고 본다. 보드게임의 사례에서와 같이 남과 비교했을 때 남보다 못난 나를 받아들이지 못해서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과의 비교가 이들을 좀먹는다.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하기, 스포츠 활동 등 여러 취미 활동이 있지만 나는 이런 것들을 대개 즐기기 어려워했다. 입문할 때는 누구나 당연하게도 잘하지 못한다. 그 잘하지 못하는 순간의 나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시작한 취미 활동을 두세 달 안에 금세 그만둬버리곤 했었다. ‘모든 것에 완벽하게 잘해야 하는 나’라는 이상이 역설적으로 모든 것에 대해 끈기를 없애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나는 취미와 끈기 없이 오랜 시간을 살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얻어진다. 돈, 명예, 권력 등, 재벌 2세로 태어난다거나 하는 등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은 끊임없는 노력이 이들을 만든다. 하지만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은 이걸 가진 자기 자신에 대한 과대한 환상과 이걸 가지지 못한 초라한 자기 자신을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스트레스 때문에 오히려 목표에 도달하는 데 남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진해야 한다. 게다가 세상에는 이것들을 이미 가진 사람들이 있다. 노력 혹은 운을 통해 돈, 명예, 권력을 얻은 사람들. 이걸 가졌다고 상상되는 자기 자신의 환상에 대해서도 열등감을 품는데, 이걸 실제로 가진 동시대의 사람에 대해서는 더욱 큰 시기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열등감이 가장 심했을 때 나는 애니메이션만 보면서 지냈다. 실제 사람이 화면에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나는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배우들, 제작자들의 존재가 느껴지면서 시기심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나는 방에서 이렇게 평범하게 지내고 있는데, 저 사람들은 화면 속에서 자기 이름을 빛내고 있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배우나 제작자 지망생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가장 비현실적이고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애니메이션밖에 볼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은 노력하는 일에도 스트레스를, 휴식하는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원대한 목표를 이룬 환상 속의 나 자신과의 비교, 혹은 원대한 목표를 이룬 것처럼 보이는 타인과의 비교, 이로부터 비롯되는 시기심과 열등감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를 좀먹으며, 원대한 이상은커녕 보통 사람만큼의 성취를 이루기도 어렵게끔 불안과 우울이라는 장애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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