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현적 나르시시스트의 관계 (1)
나르시시스트들이 가장 비난받는 지점이 아마 관계의 문제일 것이다. 온 신경이 자기 자신에게로 쏠려 있어 타인에게는 자연스레 무관심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터넷에 흔히 떠도는 나르시시스트들에 대한 악명이 완성된다. 자기중심적이면서 이기적이라 주변인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 그 악명이다.
반면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은 대개 사회적이라고 평가받으며 주변인들과 잘 지낸다. 이들이 타인의 평가에 극도로 민감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미움받아선 안되고 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는 까닭에 이들에 대한 평가는 인터넷에서의 악명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들 역시 관계에서 문제를 겪는데, 본인이 겪는 문제, 그리고 가까운 대상을 대하는 문제 두 가지로 나뉜다. 여기에서는 후자를 다루려고 한다. 적당한 거리감이 있을 경우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은 매우 사회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가까운 관계가 될 경우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이 늘 경험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끌려가기 십상이다.
우선 시기심과 열등감이 문제가 된다.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은 거의 대부분의 타인에게 시기심과 열등감을 느낀다. 이건 근본적으로 이상적인 자기 자신에 비해 못한 스스로에 대한 혐오이다. 이러한 감정 구조가 일상화되면서 세상 모든 것이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한다. 가까운 사람이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보다 나은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는 이 점을 견디지 못한다. 대상과 거리를 둘 경우 이러한 시기심이나 열등감을 감출 수 있지만, 가까운 관계에서는 이를 차마 숨기지 못해 대상에게 열등감이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감정으로 인해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을 평가절하하기 쉽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견딜 수 없어서다.
두 번째는 반대로, 타인의 이상화가 문제가 된다.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은 스스로가 불안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이상에 결코 도달할 수 없어서다. 이들은 무의식 중에 이상적인 다른 무언가를 찾아 나서게 된다. 스스로의 결함을 메울 만한 것들을 원한다, 그래서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은 중독성 물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대상이 타인이 된다면 문제가 된다. 타인을 끊임없이 다른 대상과 비교하면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요구하는 것이다. 대상이 조금이라도 남들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면 대상에 대한 이상화가 깨지면서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상화와 평가절하, 공존하기 어려워 보이는 두 가지 태도가 뒤섞이면서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는 긴밀한 관계 맺기에서 극도의 혼란을 겪는다. 한 편에서는 “이런 사람이 나를 좋아하다니 믿을 수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관계를 원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그 사람이 자신보다 뛰어나지 않길 바란다. 이에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은 변덕스러운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 가까운 사람이 자신의 기분에 맞추길 강요하며 타인에게 착취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내현적 나르시시스트가 원하는 것은 기분 맞춰주기가 아니라, 자기보다 잘나지 않았으면서도 이상적인 대상, 실존할 수 없는 대상이다. 따라서 내현적 나르시시스트가 가까운 사람에게 무의식 중 느끼게 되는 감정은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저주와도 같다. 이것은 소중한 사람을 소중하게 대할 수 없게 하는 저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