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랑 청소를 해야 브런치에 글을 올리수 있어요
누가 당신 글에 신경이나 쓴다고, 가성비 좋은 일을 하라니까. 운동이나 하고 오든지.”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도 라이크 열 개 이상은 달려. 누군가는 읽는다는 뜻이잖아.”
“여보, 나 인스타에 사진 하나만 올려도 좋아요 백 개 넘는다? 팔로워 숫자 알아? 호호.”
나는 말했다.
“브런치는 인스타와 달라.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내 글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
그 사람들에 대한 예의랄까…”
아내는 비웃듯 웃었다.
“독자? 당신이 온라인 생리를 뭘 알아. 왜 이런 데 시간을 쓰는지 모르겠다.
영화나 보자. 밤에 글은 무슨.”
“이건 재능기부 같은 거야. 글로 뭔가 건네고 싶어. 그리고… 인정받고 싶기도 하고.”
“재능기부? 대한민국에 당신보다 똑똑하고 글 잘 쓰는 수의사가 얼마나 많은데?
영어도 어정쩡, 한국어도 어정쩡. 누가 봐?
정말 글 쓰고 싶으면 영어로 쓰던지. 자신 없지?”
그 말이 좀 아팠다.
“그렇게까지 바닥을 긁어 내려야겠어?”
아내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으니 이상해지는 거야. 우리 딸 곧 중학교 가는데 돈 들어갈 곳이 얼마나 많은데.
며칠 봐줬더니 기고만장하네.
됐어. 컴퓨터 압수. 오늘부턴 글도 금지.”
그렇게 이 주간 컴퓨터를 빼앗겼다.
그리고 나는 어제부터 이틀간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당신 체력도 안 되는데 왜 고집을 피워?”
아내는 언제나 실용적이고 냉정했다.
하지만, 창작욕은 배고픔에도 꺼지지 않았다.
몰래 글을 쓰다 들키면 컴퓨터가 산산조각 날 것 같았지만
어쩐지 그 스릴이 글감처럼 느껴졌다.
“당신… 변태야? 혼자 숨어서 뭐 하는 거야? 야동 봐?”
“아니야. 브런치 글 써.”
“내가 쓰지 말랬지? 계정 삭제한다. 비켜봐.
아, 이 인간—내 욕까지 적어놨네. 정신 차려.
당신이 할 일은 동물병원 잘 운영하는 거라고.”
“알아. 시간 날 때만 해.”
“난 정말 당신이 이해가 안 돼.”
“그냥… 열심히 써보고 싶은 거야.
한 명이라도 읽어주면 좋잖아.
브런치에서는 나도 ‘작가’라고 불러주니까.”
“작가? 하하.
그럼 내일부터 설거지랑 청소는 당신 담당.
그렇게 체력이 남아돌면 나부터 도우라고.
피곤하다고 투정만 해봐. 그땐 바로 규칙 추가다.”
나는 잠시 고개를 들었다.
“여보, 그럼 혹시… 크산티페 알아?”
“그게 뭔데?”
“소크라테스의 아내. 악처로 유명했지.
소크라테스가 위대한 철학자가 된 건—
크산티페 덕분이라고들 해.”
“…그럼 굳이 말하자면, 난 당신 인생의 악처인 거네?”
“아니, 그렇게는 말 못 하지.
하지만… 위대한 작가로 가는 길엔
걸쭉한 시련도 필요한 법이고…”
아내는 기가 막히다는 듯 웃었다.
“좋아. 그럼 그 시련을 더 줄게.
밥은 내가 할 테니, 당신은 설거지와 청소를 매일 하라고.
그렇게 하면 글 쓰든 뭐든 맘대로 해.”
퇴근 후 설거지를 하고, 청소까지 마치고 나니
몸이 축 늘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피곤함 위에 글을 쓰기 위해 앉아 있는 게
조금은… 괜찮아 보였다.
아내에게 말하고 싶었다.
‘당신이 내 창작 욕구를 꺾으려 해서 속상했지만,
사실 그동안 설거지와 청소를 도맡아 하느라
얼마나 고됐을지…
이제는 알 것 같아.’
하지만 이 말까지 했다간
다음 날부터 빨래까지 내 몫이 될 것이 뻔해
입을 다물었다.
소크라테스는 삶이 고됐기에 철학자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래도 작가가 될 가능성 하나쯤은 확보한 것 같다.
그래서 조용히 이렇게 적는다.
“고마워, 여보. 나의 크산티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