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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무얼 찾아 헤매었을까?

못 이룬 사랑에 대한 미련과 집착은 또 다른 상처들을 만든다.  

플로리다 최남단 키웨스트는 2가지로 유명하다.

 첫 번째는 대한민국 해남 땅끝마을처럼 미국 제일 끝자락이다. 여기서 쿠바까지 90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90 Miles to CUBA. This is the southernmost point in america).

두 번째는 헤밍웨이가 그의 작품에 거의 70% 를 완성했다는 그의 생가이다.  이 집에 살고 있는 발가락이 6개인 고양이들 숫자는 공식 홈페이지에선 60 마리,  안내 직원과 관광가이드 둘 다 오늘 날짜로 고양이 숫자가  61 마리라고 너무 자신 있고 분명하게 말하니 그 사이 한 마리가 더 태어났나 보다. ( 나는 새끼고양이는 못 봤는데 말이다. ) 입장료는 $18에, 최소 20 분에서 30분은 줄을 서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건물안과 밖에 정원을 다 둘러보는데 5분에서 10분이면 다 끝날 것 같다.  더 구체적으로 비교 설명하면 건물 본체와 밖에 조그만 정원과 수영장까지 합치면 종로구 혜화역에 있는 이화장 (우남이승만박사기념관) 정도의 크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61마리 고양이들을 수용하기엔 약간 좁은 것 같기도 하다. 안내직원말로는 헤밍웨이가족이 키우던 고양이 10마리가  갑자기 19 마리로 늘어난 후  지금까지 계속 늘어나서 현재 61마리가 되었다고 한다. 나의 직업적 호기심은  이 많은 애들을 관리하는 수의사는 누구이며, 몇 명이서 할까,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누굴 중성화수술을 시키고 누군 그냥 두고, 예방접종 스케줄, 정기 건강 체크업 스케줄, 벼룩 진드기약 종류는 무얼 사용할까 ( 플로리다는 벼룩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그런데 모든 고양이들이 집 밖에 정원과 집안 침실과 거실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니 말이다.)

수영장 바로 뒤편에 별채가 하나 있는데 1층은 헤밍웨이서적과 기념품 ( 고양이 관련 기념품이 헤밍웨이 작품들을 이긴 것 같다. - 기념품점은 아이들이 더 큰 고객이기 때문에 아이들 눈높이를 더 맞춰야 더 잘되겠지 싶다.) 2층으로 올라가는 좁은 철재 계단을 아슬아슬 밝고 꼭대기에 다다르면 헤밍웨이가 쓰던 타자기와 그 옆에 고양이들이 누워서 잠을 자고 있다. 쇠창살문으로 밖에서만 볼 수 있게 막혀있다. 고양이들은 좁은 창살사이로 자기 안방처럼 (사실 자기네들 집 안과 밖이 맞다.  헤밍웨이는 1961년에 죽였으니 말이다.  ) 들락거린다.  헤밍웨이가  소설을 타자기로 치고 있을 때 옆에서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 타자기 소리를 들으며 잠자는 모습을 설정한 것 같다. 그때 내 시선은 벽 한가운데 생뚱맞게 걸려있는 아프리카 정글 탐험 모자에서 박혀있다. 사실 아프리카에서 사냥할 때 쓰던 모자다.  아프리카에서 사자 사냥을 즐겼다는 헤밍웨이는 사냥했던 경험을  그의 소설 속 소재들로 많이 사용했다는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아니 이 얼마나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설정인가?  

고양이처럼 하루종일 햇볕째며 누워 잠만 자는 사자는 등치만 크지 헤밍웨이 집에 있는 고양이들과 별 다를 바가 없어 보였을 텐데  말이다. 화나면 시속 74km/h  순간 최고 속도로 달리수 있는 이들을 잠자고 있을 때가 아니면 정면으로 맞서 사냥하진 못했을 텐데?  이 양반 생각보다 비겁한 구석이 있었네?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더 충격적인 건 관광가이드가 한 말이다. " 키웨스트 모든 아가씨들이 헤밍웨이랑 결혼하길 원했죠, 그가 네 번이나 결혼했다는 건 그들한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훈장 같은 것이었죠 하하하 "

[무기여 잘 있거라]가 그의 뼈아픈 사랑의 상처를 토대로 만들어졌고 1996년에 만들어진  영화  In Love and War와  전쟁 중 헤밍웨이와 같은 병실에 있던 Henry S. Villard에 의해 쓰인 소설 Hemingway in Love and War 둘 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영화 끝부분에 너무나 큰 상처를 받은 헤밍웨이가 용서를 구하러 온  아그네스 Agnes Von Kurowsky ( 산드라 블록 분)을 문전박대하면서 끝나는 장면은, 보는 관객들을 너무 안타깝게 한다. 나 역시 젊은 시절의 헤밍웨이가 너무 불쌍하고 가엽고( 영화가 나온 1996년, 난 군대 있을 때였고, 고무신 거꾸로 신은 여자 친구가 보낸 편지를 받고 '나쁜 년, 절대 용서 못해' 하며, 감정이입 제대로 하면서 '그렇지, 그럼, 그럼 , 아그네스를 용서하면 안 되지' - 사실 실재에선 아그네스는 다시는 헤밍웨이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 그들은 이태리에서 헤어진 후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잠깐의  재회도 없었던 것 같다. )   그런 슬픔을 작품으로 꽃 피운 그가 참 존경스러웠다. 근데 이건 뭔가 싶다.

4번의 결혼을 했고, 이혼한 지 거의 일 년 안에 뭔가에 쫓기듯, 홀린 듯, 서둘러 재혼을 했던 헤밍웨이, 그의 결혼생활을 옆에서 지켜보고 기억했던 사람들 이야기로는   천재들만이 가지는 괴팍함과 자기중심적인 불친절함으로 모든 부인들을 질리게 만들었다는 게 공통된 의견들이었다.


1. 첫사랑에  상처받은 영혼은 죽을 때까지 치유되지 못한다. 못 이룬 첫사랑에 대한 그의 미련과 집착은 계속해서 새로운 첫사랑을 찾는 시도를 했던 것 같다.


2. 그가 아그네스 Agnes Von Kurowsky와 결혼했다면 5번 결혼하는 경력을 가질뻔했다. 그는 한 명에 여자에 만족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던 같다. 물론 작가로 대 성공을 거두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3.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주변 여자들이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또 다른 덫 은  돈과 섹스다. 부와 명성을 가진 헤밍웨이 역시 이 덫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4. 사냥 같은 피와 폭력적 행동에 익숙해지게 되면 통제욕구와 지배욕구가 결혼생활과 사회생활 전반에

 不知不識間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게  터져 나온다. 부인들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통제와 지배의 도구로 사용하는 오류를 범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5. 최근 그의 뇌를 부검한 결과 그의 뇌 한 부분이 손상된 흔적을 발견한다. 만성 외상성 뇌병증 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 대부분 복싱선수나 풋볼 선수들이 경험하는 지속적이고 과도한 물리적 충격에 의해 최소한 9번의 뇌진탕(腦震蕩, concussion) 경험이 있었던 그는,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심각한 고통 속에 술과 작품으로 그 고통들을 해소했던 것 같다. 결혼생활은 많은 희생과 절제를 요구한다. 그가 견딜만한 인내심과 에너지가 과연 남아 있었을까 싶다.


6. ‘원한감정’보다도 더 빨리 사람들을 소모시키는 것은 없다. 노여움, 병 적인 예민함, 복수에 대한 강렬하지만 무력한 욕구, 복수에 대한 갈망, 어떤 의미든 간에 독약을 섞는 것 – 이러한 것들은 쇠약한 자에게는 가장 불리한 반응방식이다. 그러한 반응의 영향은 신경 에너지의 급속한 소모, 유해한 분비의 병적인 증가, 예를 들어서 위장에서 담즙이 병적으로 증가되는 것을 포함한다(F. Nietzsche, Ecce homo: Warum ich so weise bin, 6번) -니체의 초인은 부처인가 ;박 찬 국 논문 발췌 

니체가 말한 능동적 허무주의자 인간일 뿐이었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니체가 말한 동물적인 인간이었을 것이다. 그의 작품전반에 허무주의와 염 새 주의가 깊게 녹아 있다. 맹목적 "삶에의 의지"와 "힘에의 의지"가 있었을 뿐이다. 다행이었던 건 그가 수동적 허무주의자가 아니고 능동적 허무주의자였기에 그나마 우리가 그에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세계 문학사적으론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헬렌이란 잉글리시 코카스파니엘을 키웠던 미스 알조나는  헤밍웨이처럼 몇 년 동안 완벽한 첫사랑을 찾아 헤매고 있다. 헬렌은 성격도 사교적이고 거의 사람처럼 말을 알아듣던 개였다. 미스 알조나가 "목욕시간 " 그러면 목욕탕 욕조에 혼자 자발적으로 들어가 앉자 있을 만큼 똑똑하고 훈련이 잘된 개였다. (미스 알조나가 자랑하느라 비디오로 찍은 동영상을 나한테  얼마나 많이 보여줬던지 지금까지 그 영상이 눈만 감으면 선명하게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  불행히도 헬렌이 두 살 되었을 때 내부 장기에 있던 림프종양이 심장으로 펴지는 청소년 전이성 림프계종양 Juvenile lymphoma 로진단 받은 후 한 달 있다가 우리 병원에서 안락사를 하게 되었다.  병원스텝들과 나 또한 많이 울고 슬퍼했던 케이스였다. 문제는 그 뒤부터였다. 6개월쯤 지난 뒤 미스 알조나는 왕복 20 시간을 운전해 다른 주에 있던 헬렌하고 똑같이 생긴 잉글리시 코카스파니엘을 찾아왔다. 색깔과 점박이까지 외모상으론 먼저번 헬렌과 거의 똑같았다. 근데 성격이 너무 괴팍하고 정신이 없었다. 

집에 온 첫날부터 자기 똥을 가지고 놀다가 꿀꺽 삼키기를 시작으로 사방군데 오줌과 똥을 싸기 시작했다.  Potty training 배변훈련은 보통 둘 달 정도 적응 기간을 주는데 두 번째 헬렌은 육 개월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미스 알조나는 일주일 만에 배변훈련을 마친 똑똑하고 얌전한 첫 번째 헬렌과 너무 비교되는 두 번째 헬렌을 구박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미스 알조나를 무서워하기 시작한 두 번째 헬렌은 더욱 방어적으로 변했고, 급기야 미스알조나를 물기까지 했다. 몇 달 뒤 옆집 어린 남자애가 두 번째 헬렌을 너무 좋아해서 그 집에  선물로 입양 보냈다고 했다. 물론 돈은 하나도 안 받고 말이다.  나는 사실 두 번째 헬렌이 너무 걱정되었다. 영혼에 상처를 받은 두 번째 헬렌이 새로 입양된 집 꼬마 남자애를 돌발적으로 물면 어떡하나? ( 미국에선 개가 사람을 두 번 물면 안락사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 two strikes law- you are out ). 미스 알조나는 일 년도 안 돼서 아주 귀여운 Boxer 견 레오를 데려왔다. ( 헤밍웨이처럼 시간, 돈, 열정, 에너지도 많은가 보다 ).  레오는 똑똑했고 성격 또한 젠틀한 친구로 한 육 개월은 아주 잘 지냈다. 문제는 미스 알조나의 지나친 사랑과 걱정으로 어디든 레오를 데리고 다니다가 생긴 separation anxiety 분리불안장애가 발목을 잡았다. 처음엔 그리 심하지 않던 행동이 나중에는  3인용 소파의자 하나를 완전히 초토화시킬 만큼 심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했고 마지막엔 문짝 반을 다 물어뜯어버리고 입에 피를 흘리고 있는 날이 매일매일 이어졌다. 진정제와 프로작(Prozac) 같은 항우울제까지 시도했지만 분리불안장애는 더 악화되었다. 결국 시골 농장의 친구 부모님 집으로 파양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미스 알조나가 택한 방법은 Viagen Pets

https://www.viagenpets.com/  애완동물 복제 서비스. $50,000.00 한화로 6천만 원 정도가 드는 동물복제서비스를 이용해 헬렌을 다시 복제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미쳤냐고 했다.  헬렌이 Juvenile lymphoma로 죽었기 때문에 분명히 비슷한 암이나 기저질환으로 생명이 아주 짧을 것이고, 이를 알면서도 복제를 하는 건 헬렌을 두 번 죽이는 짓이라고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자기의 슬픔 마음을 이해 못 해 준다고 열이 받은 미스 알조나는 그 뒤로 나와는 인연을 끊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으로 슬픈 감정과 상실감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가 적용된다.   내가 안타까운 건 둘의 진실된 사랑을 찾고자 하는 욕망과 열정으로 인해 그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선의의 피해자와 상황들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헤밍웨이를 첫사랑이자 인생 마지막 사랑이라고 믿고 결혼까지 했던 4명의 부인들과 미스 알조나가 자기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던 두 번째 헬렌, 레오, 나는 모르지만 지금쯤 태어났을 헬렌의 복제견이 감당했어야 할 상실감과 고통등은 어쩌냔 말이다. 상실감으로 평생을 실의에 빠져 살았을 것만 같은 4명의 와이프들 (  1961년 7월 2일 헤밍웨이 고향 Ketchum, Idaho에서  2층에서 자고 있던 4번째 부인 Mary Welsh를 두고 아래층에서 총으로 머리를 쏴서 자살한 사건은 죽은 헤밍웨이보다, 그 충격을 감당해야 했던 부인 매리가 더 불쌍해 보인다.  '이기적인 인간 같으니' 극단적인 허무주의에 빠져 모든 게 부질없었어도,  머리가 아파 깨질 것 같았어도, 최소한 죽는다고 말은 해주고 죽던가, 그럼 매리가 총을 빼앗고 말릴게 아니라  '쌍놈아 잘 죽어'라고 말이라도 해서 분이라도 풀려 미련도 없게 말이다. )   사랑하는 주인이 하루아침에 바뀌어 파양 되었던 상처받은 반련견들의 삶도 하나하나 다 소중하다. 풀 한 포기, 생명 하나하나를 소중히 하는 불교적 사유관을 니체가 오역하지 않았다면, 온화함과 관용, 절제, 참음 을 강한 정신력의 산물이라 생각하지 않고 연약함과 힘없는 자의 변명이라고만 생각한 니체의 생각이 바뀌었다면 (1889 년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니체는 한 마부가 말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니체는 말에게 달려가 말을 끌어안고 그대로 쓰러졌다. 의식을 잃기 전 니체가 마지막으로 한 행동은 다른 존재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시도였다. 의식을 되찾았을 때 니체는 더 이상 제정신이 아니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질 당신 니체는 [모든 가치의 재평가]라는 제목의 책을 집필 중이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Scorates Express 에릭 와이너 ;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 중),  니체에게 시간이 좀 더 주어졌다면 니체는 대표적 능동적 허무주의자 헤밍웨이와 미스 알조나, 우리 세대 모두가 지금과는 조금은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는데 일조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가슴 애절한 못 이룬 사랑으로 인해 상처 입은 영혼이란  껍데기로 포장한 자기중심적인 편협한 자아가  만드는 집착과 미련은 또 다른 형태의 상처와 피해자를 만든다.  


나는 우리 모두가 이 지구란 별에 있는 동안 하나에 생명체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며 상대를 (모든 만물을 ) 존중해 줄 의무 또한 숨이 붙어있는 한 지켜야 할 약속이라 믿는다. 이것이 내가 헤밍웨이처럼 위대한 작가가 되는데 방해가 되는 덕목이라 해도 차라리 내 인생을 더 사랑하고 만족하며 살 것이다. 4번 결혼한 거 하나도 안 부럽다. 부러워하면 진 거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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