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자꾸 생각나는 사람 특징

by 다감

「평냉인간」: 볼수록 편안하고, 곁에 있을수록 스며드는 사람.


평양냉면을 먹어본 사람은 알 거예요.

처음 한입 먹으면, 뭔가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자극적인 양념이 없고, 화려한 고명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계속 먹다 보면 알게 됩니다. 처음엔 미처 몰랐던 은은한 육향과 깊이 밴 감칠맛이 있다는 걸.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그 담백함이, 사실은 가장 중독적인 맛이라는 걸 말이죠.

그리고 이건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엔 "그냥 착하네~", "무난하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문득 떠오르는 사람. 볼수록 편안하고, 같이 있을수록 마음이 놓이는 사람. 처음엔 잘 몰랐지만, 곱씹을수록 깊은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평냉인간’이라 부릅니다.


1) 정의

- 평냉인간(Homo Pyeongnaengianus)

1. 자극적이지 않지만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한 번 알게 되면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

2. 처음에는 강렬한 인상을 주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야 진짜 매력이 드러나는 사람.

*대표 습성 : 말없이 같이 있어도 어색하지 않음.


2) 행동패턴


- 이름 : 윤지후

- 키 : 171

- 직업 : 바리스타

- MBTI : INFJ

- 취미 : 음악 감상, 사진 촬영















Scene#1 소개팅이 끝난 후..

소개팅이 끝난 날, 유나는 카페에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때? 어땠어? 잘생겼어?!" 친구는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신난 목소리였다.

"음… 나쁘진 않았어. 그냥 무난?"

솔직히 이렇다 할 감흥이 없었다.

"어? 뭐야, 그럼 별로였어?"

"아니, 그건 아니고… 솔직히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와, 막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그런 건 없었어."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흠. 그럼 아웃이네. 넌 첫 만남에 빡! 하고 오는 게 없으면 안되잖아."

유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 확실히 강렬한 인상은 없었다.

첫인상이 엄청 설레거나,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멋진 것도 아니었고. 대화가 엄청 재밌거나, 유머러스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차분하고, 조용하고, 편안했다.

그렇게 흐지부지 잊혀질 거라 생각했다.

유나는 혼자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소개팅날의 한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카페를 나설 때, 생각보다 바람이 차가웠다.

유나는 무심코 옷깃을 여몄고, 그는 아무렇지 않게 가방을 뒤적였다.

"이거요."

유나가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그의 손엔 따뜻한 핫팩이 들려 있었다.

"어? 이거 일부러 챙겨온 거예요?"

"아뇨. 원래 가방에 넣어 다녀요. 요즘 날씨가 애매해서요."

툭 던지듯 말했지만, 뭔가 자연스러웠다.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닌듯 했다.

그리고 헤어질 때도.

"집 어디쯤이에요?"

유나가 대충 동네를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하철 어디까지 같이 가요. 이 시간엔 사람 없어서 심심할걸요."

집 방향이 같은 것도 아닌데.

그냥 이 사람이랑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땐 느끼지 못했다.

그의 키가 엄청 크진 않았지만, 적당히 든든했고,

옷이 평범하다고 생각했지만, 무난하면서도 그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었다는 걸.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대신 말할 때 진심이 느껴졌고,

조용하지만, 내가 말할 때 눈을 맞추며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었다는 걸.

유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친구에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근데… 있잖아."

"응?"

"그 사람이랑 있을 때, 그냥… 편했어."

친구는 잠시 말이 없더니, 웃으며 말했다.

"너 스며들었네"

그 순간, 유나의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

그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주말에 혹시 시간 괜찮아요?"

유나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미소 지으며 답장을 보냈다.

"네. 좋아요."



3) 평냉인간은 이런 사람입니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본 적 있나요? 찰칵— 순간을 담아냈지만,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희미한 감촉만 남긴 채, 조용히 색을 찾아가는 과정.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드러나죠. 급하지 않게, 과장되지 않게, 자연스럽게.

평냉인간도 그렇습니다. 처음엔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어요.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도 않고, 유별난 개성을 뽐내지도 않아요. 하지만 그 사람과 함께 있을수록, 내 안의 긴장이 풀리고, 억지로 꾸밀 필요 없이 그냥 ‘나’로 있어도 된다는 걸 느끼게 돼요. 결국 내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만들어준 그 사람이야말로, 가장 특별한 존재였다는 걸.

평양냉면처럼. 처음엔 모르지만, 곱씹을수록 알게 되는 깊은 매력. 한 번 빠지면 못 헤어 나올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이미 빠졌다면? 축하합니다)

누군가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 그거야말로 진짜 특별한 매력 아닐까요?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