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약속에 불러주는 것보다 부르는 게 더 편할까?

by 다감

「호스트인간」: 어떤 모임이나 약속이든 자연스럽게 계획하고 주도하는 것이 더 익숙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저는 언제나 초대받는 것보다 초대하는 게 더 편한 사람이었습니다.

친구들에게 불려 나가는 것보다, 제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을 모아 모임을 만드는 게 더 익숙했죠. 장소, 시간, 음식 메뉴 같은 것들을 정하고, 저로 인해 사람들이 모이는 게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저의 이런 성향을 담아 ‘호스트인간’이라는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을 약속을 잡고, 챙기고, 관계의 중심에서 소통과 배려를 이끌어내는 사람들을 이렇게 부르면 딱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혹시 이 글을 읽으며 “어, 이거 내 얘기인데?” 하고 있다면, 당신도 호스트인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1) 정의

- 호스트인간(Homo Hostianus)

1. 사람들을 초대하고, 그들이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세심히 신경 쓰며, 관계의 중심에서 소통을 주도하는 사람.

2. 모임의 분위기를 설계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기쁨을 찾는 라이프스타일을 나타내는 용어.

*대표 습성: 사람들을 잘 챙기며, 상황을 자연스럽게 조율함. 디테일에 강함.


반의어)

- 게스트인간(Homo Guestianus)

게스트인간은 약속에 불려나오는 데 익숙한 사람입니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면서도, 호스트인간이 불렀을 때 순순히(?) 나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평소에 굳이 약속을 잡으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집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공간이고, 별다른 일정 없이 넷플릭스를 보거나 침대에 누워 있는 걸 사랑하죠. 하지만 호스트인간이 “야, 토요일에 우리 만나자!”라고 하면? “음… 귀찮은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옷을 입고 약속 장소로 향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모임이 시작되면 또 기가 막히게 잘 놉니다. 분위기를 즐기고, 호스트인간이 짜 놓은 계획에 맞춰 움직이며, 그날 하루를 아주 신나게 보냅니다. 하지만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순간? "아, 역시 집이 최고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2) 행동 패턴

- 이름 : 이사라

- 키 : 169

- 직업 : 웨딩 플래너

- MBTI : ESTJ

- 취미 : 여행 계획 세우기














Scene#1 계획하는 여자

"얘들아, 다들 단톡 확인했어?"

사라의 메시지가 단톡방에 등장하자마자, 노란 말풍선 아래로 줄줄이 “읽음” 표시가 뜬다. 몇 초 뒤, 민수가 제일 먼저 반응했다.

“뭐야, 이건 또?”

사라가 올린 건 3주 후 여행 계획표다. 첫째 날 일정, 둘째 날 일정, 준비물 리스트, 역할 분담표. 탭이 4개나 된다.

"사라야, 이 정도면 여행사 차려도 되겠다."

민수가 농담 섞인 톤으로 말하자, 사라가 바로 답장을 보냈다.

“ㅋㅋㅋ 말이 쉽지. 들어봐. 첫째 날 도착하자마자 갈 카페는 현지 로컬 맛집으로 검색 1위야. 사진 맛집이라 우리가 사진 찍기 딱 좋을 거야.”

지현이 반쯤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아니, 근데 카페 예약은 또 뭐야? 카페도 예약하고 가야 해?”

“내가 이미 다 했다ㅎ”

이미 카페 예약 링크까지 붙어 있었다.

사라는 친구들이 반응할 틈도 없이 저녁 파티 메뉴를 공유한다. 단톡방에 올라온 이미지엔 세 가지 음식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알리오 올리오

브루스케타

티라미수

“첫날 밤에는 내가 다 만들 거니까 너희는 먹기만 해.”

그 메시지가 뜨자마자 단톡이 난리가 났다.

“헐 진짜? 네가 요리까지 해준다고?”

“와, 우리를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친구라니.”

“사라 진짜 감동이다.”

사라는 우쭐해진 기세로 대답했다.

지현이 바로 한 마디 거들었다.

“그럼 계획 어기면 벌금이야?”

“아니, 그냥 다음에 안 데리고 갈 거야.”

단톡방에 임티가 터지고, 민수는 “숭배합니다”라고 대답하며 굴복(?)을 선언했다.


Scene#2 첫 회식은 불편해

사라는 오늘 회사 첫 회식에 참석했다. 그녀는 테이블 끝, 조용한 자리에 앉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살폈다.

“자, 막내! 사라 씨는 처음이니까 천천히 적응하면서 즐겨요.”

사라는 생각했다. ‘처음과 즐기다가 공존할 수 있는 단어인가?’

팀장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사라는 잔을 들었다. 앉아 있기만 하려니 영 어색했다. 테이블 위에 무질서하게 놓인 접시와 젓가락들, 저쪽 끝에 몰려 있는 음료수 병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아, 음료가 저쪽 끝에 다 몰려 있네. 누군가 가져갈 때 불편하겠다.’

사라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물병 몇 개를 테이블 가운데로 옮겼다. 동료 한 명이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어? 사라 씨,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근데 괜찮아요. 신입은 그냥 편히 있어도 돼요.”

사라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제가 이런 걸 그냥 못 봐서요. 습관이에요.”

회식은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모두들 대화와 웃음 속에 녹아 있었지만, 사라는 여전히 주변을 신경 쓰고 있었다. 옆자리에 있던 선배가 젓가락을 찾지 못하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앞에 놓인 새 젓가락을 건네주었다.

“여기 있어요!”

“아, 고마워요. 사라 씨 정말 꼼꼼하네요.”

사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지만 속으론 생각했다. “꼼꼼한 게 아니라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어려운 건데...”

회식이 끝난 뒤, 동료들은 택시를 타기 위해 흩어지고 있었다. 사라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마지막 남은 컵과 접시를 한쪽으로 모으고 있었다.

“사라 씨, 뭐해요? 그거 알바생들이 다 치워요!”

옆에서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런가요? 그냥 보이니까...”

사라는 괜히 웃으며 손을 멈췄다.

집으로 가는 길,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가만히 있는 거, 진짜 너무 어렵다.”


3) 호스트인간은 이런 사람입니다

호스트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챙김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먼저 나서서 계획을 세우거나 사람들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합니다.

호스트인간은 남들이 편안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분담하거나, 음식을 준비하고 주변을 정리합니다. 자신이 상황을 관리하고 주도할 때 편안함을 느끼죠.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손을 멈추고 다른 사람이 주도권을 잡는 상황에선 약간의 불안감이나 답답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성향은 때로는 '쉴 틈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거나, 오히려 그들에게 더 많은 일을 맡기는 경우도 생길 수 있죠. 하지만 호스트인간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서 타인의 행복을 발견하며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이런 일이 크게 부담으로 느껴지진 않습니다.

다만, 호스트인간도 스스로를 돌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걸 혼자 해결하려는 태도는 때때로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네가 아니면 안 된다"는 기대를 품게 만드는 것도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럴 때는 타인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가끔은 한 발 물러서서 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호스트인간은 관계의 중심에서 안정감을 주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그 자리의 분위기를 따뜻하고 조화롭게 만들어, 누구나 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그 따뜻함이 지속되기 위해선, 가끔은 스스로를 위해 잠시 멈추고 쉬어갈 시간을 허락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