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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자들의 방(12)

by Josephine

4. 중년 아버지의 고독사


딸의 문자


민식은 아버님을 향해 애도를 한 후, 서둘러 다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방안에 수많은 벌레들을 살충하고, 바닥에 널리 퍼져있는 혈흔을 제거했다. 장판 밑바닥까지 스며든 혈흔을 확인하고선 장판을 모두 뜯어, 소독하기 시작했다. 집안에 있는 모든 가전제품과 가구를 밖으로 꺼낸 후 시취가 배어있는 벽지를 모두 뜯었다. 그는 마무리로 집안 전체를 소독하였다.


모든 청소가 끝나자, 민식은 우진과 현우에게서 전달받은 유품보관함을 가지고서 사무실로 향하였다. 곧 유가족들이 한국에 도착하면, 아버님의 유품을 전달해 드릴 예정이었다.

민식은 혼자 사무실에 남아 노트북에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한 계획을 적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사무실 한편에 놔둔 유품보관함에서 핸드폰 문자가 울리기 시작했다.


민식은 깜짝 놀라며, 유품보관함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조심스럽게 유품보관함을 열어보았다. 오늘 청소한 아버님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가 와있었다. 발신인으로는 '사랑하는 우리 딸'이라고 되어 있었다.



아빠... 천국에서... 잘 계시죠?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린 함께라고 생각했는데... 혼자 있을 아빠 옆에 우리들의 빈자리를 생각하지 못했어요... 몸은 점점 아파오시고... 얼마나 외롭고 힘드셨을까...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미리 얘기를 해주셨으면...


아빠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어서가 아닌... 엄마와 저는 아빠 존재 자체를 사랑해요....

이 말을 진작 조금만 빨리 했었어도... 아빠가 그렇게 외로움에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 텐데...

이젠 아빠가 외롭지 않게 매일 하루에 한 통씩 문자를 보내려고요. 천국에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민식은 고인의 딸이 보낸 문자를 보고 마음이 울컥했다. 집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났다. 지금까지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민식은 책상에 있던 노트북을 접었다. 사업 구상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늘만큼은 빨리 귀가해서 집에 있는 부모님에게 '사랑한다' 표현하기로 다짐했다.


사무실을 나서는 그의 발걸음엔 부모님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 사랑이 함께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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