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카페라테를 언제부턴가 좋아하게 됐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항상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고집하던 나였는데, 그 라테 한 잔을 주문해 놓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서였는지, 아니면 SNS에 흔히 나오는 멋진 아트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아트가 그려진 커피가 마시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주문했는지 말이다.
처음에는 카페라테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다. 우유를 평소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였기에 카페라테를 마실 바엔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아니면 초콜릿 음료가 좋았다.
강릉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카페 투어가 하고 싶어 질 때쯤, 친구가 단골이라며 데려간 카페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여기는 카페라테가 진국이라면서 라테를 한 잔 마셔보라고 했다. (싫다고 했다가 친구가 산다는 말에 냉큼 오케이를 외쳤다)
강릉에서 만난 카페라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못해 입이 대빨 나왔다가, 이내 멋진 아트가 그려진 카페라테를 보고 그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어쩜 이렇게 예쁜 아트가! 한 입 마셔보라고 친구가 권했다. 아트가 혹여나 사라질까 조심스럽게 홀짝이는데, 부드러운 우유와 커피가 입 안에 맴돌았다. 아, 아마 이 순간부터 카페라테랑 사랑에 빠졌는지 모르겠다. 집에 돌아가서도, 회사에 출근해서도 카페라테를 주문해서 먹어볼까 생각이 계속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얼죽아는 어디 안 간다고, 항상 카페에 가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냐, 따뜻한 카페라테냐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나를 보면서 웃기도 했다. 그 부드러운 우유를 마시고 싶으면서도 시원한 커피를 목구멍으로 넘기고 싶은 건 어쩔 수가없나보다.
내가 10년 넘게 살고 있는 동네에서 제일 오래된 카페에 종종 작업하러 노트북을 들고나갈 때마다, 각 테이블엔 카페라테가 놓여있는 걸 심심찮게 본 나는 어느 날은 카페라테를 한 잔 호기롭게 주문해 봤다.
강릉에서 처음 봤을 때처럼 예쁜 아트가 그려진 카페라테가 바로 나왔다. 어쩌면 이 아트 때문에 카페라테를 주문하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도 잠시 들었다가 책이랑 사진을 찍으니 사진이 한층 더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맛도 손색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맛있었다. 이 집 커피 잘하네! 하면서 신나서 한 잔을 다 비웠다.
우리 동네 카페라떼 맛집
작년 겨울 오사카에 다녀오면서도 가는 카페마다 카페라테 한잔씩을 꼭 주문했다. 아트 보는 맛도 더불어서, 여기 라테는 어떤 맛이네, 저런 맛이네.. 혼자 속으로 평가도 하기도 했다.
겨우 2군데 카페를 가본 게 다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오사카에서 갈만한 카페를 찾고 있다면 스트리머 커피를 추천한다. 그리고 교토에 있는 블루보틀도 가보시길 바란다.
두 군데 다 커피 맛도 최상에 라테도 최고다. 커알못 이긴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왼쪽 - 스트리머 커피, 오른쪽 - 블루보틀
각양각색의 라테 아트 사진들을 모아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다시 마시고 싶기도 하다. 모처럼 4일간의 연휴를 받은 명절에 집 앞 라테맛집을 혼자 가려고 휴대폰을 들어 검색했더니 아뿔싸,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돌아온다는 공지가 작년 9월부터 올라와있었다. 아끼다 똥 되는 기분이 이런 걸까... 이제 라테 먹으러 어디 카페를 가나 하다가 결국 흔한 스타벅스에 와서 이 글을 끄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