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일회용 카메라에 대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그건 아주 어렸을 때로 돌아간다.
어릴 적 항상 어딘가에 놀러 가는 일이 생기면 아빠는 꼭 일회용 카메라를 사 오곤 했다. 어떨 때는 혼자, 어떨 때는 아빠와 같이 가고 싶은 마음에 손을 잡고 들어갔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렬로 나열되어 있는 카메라들 사이에서 아빠는 항상 같은 제품을 고르셨다. 지금은 색깔만 어슴푸레 기억나는 카메라지만, 아마 아빠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계속 선택받았던 게 아닌가 싶다.
그 카메라로 항상 아빠는 우릴 찍고 있었다.
동생이랑 나랑 같이 있는 모습, 나 혼자 브이를 하며 웃고 있는 모습, 밥을 먹고 있는 모습 등 순간순간을 포착해 내셨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면 항상 사진관에 카메라를 맡겨서 한 움큼 사진으로 들고 오셔서 보관하셨다. 성인이 되고 나서 문득 그 사진이 어디 있을까 하곤 했는데, 언제 한 번 집 안을 대청소한 날 상자에서 우르르 발견되었다.
사진 한편에 찍혀있는 날짜와 사진, 앳된 얼굴들.. 카메라는 일회용이지만 사진은 오래오래 남아있는다. 그래서 아마 내가 계속해서 사진을 찍고, 카메라를 갖고 싶어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매 순간을 기록하고, 추억하고, 이 추억이 일회성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