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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고흐 Jul 14. 2024

달린다는 것에 대해

여러분은 왜 달리시나요?

요 근래 빠진 것, 바로 러닝(Running)이다.

내가 이렇게 아침마다 달리기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렸을 때는 달리기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매번 꼴찌였고, 123등에게만 주어지는 손등에 찍히는 그 도장이 너무도 부러웠다.

그럼에도 빨리 달릴 생각은 없었다. 그저 힘들 뿐이었다. 학생 때는 양 발목을 접질리기도 해서 나는 발목이 약해서 뛰면 안 돼..라는 핑계를 마음속에 계속 담아놓곤 했다.

그런 나를 바꾼 것은 의외로 간단한 계기였다. 친구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마라톤에 나가는 것인데, 한 번 같이 나가보자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마라톤? 내가 제대로 달릴 수나 있을까? 간혹 살을 빼려고 집 앞 하천을 달리곤 했지만 그마저도 조금 달리다가 걷기의 연속이었다.

그런 내가 마라톤이라니, 게다가 10km라니, 완주도 못하는 거 아닌가?? 했는데 이미 나는 접수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래, 뛰다가 걷고 뛰다가 걸으면 어찌어찌 완주는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신청한 마라톤.

연습은 제대로 하지도 않고 오로지 패기로만 도전했다. 몇 주 뒤 도착한 물품에 있는 티셔츠를 입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저렴한 러닝화를 하나 구매하고, 헬스 할 때 착용하던 무릎 보호대를 차고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도착했다.


하나둘씩 러너들이 모이고, 그들의 형광한 운동복과 전문가 포스가 물씬 나는 모습에 나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MC가 말하는 스트레칭 동작을 어정쩡하게 따라 하고, 출발 라인에 서서 출발 소리와 함께 축포가 터지면서 어어어 하면서 사람들을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파이팅 소리와 함께 자신들의 팀원을 응원하는 목소리, 깃발들을 보자 영문 모를 설렘이 가득 차올랐다.

그렇게 친구와 나란히 같이 뛰다가 먼저 가라는 말에 혼자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리다가, 걷다가 주변 풍경을 보면서 1km, 2km, 3km... 점점 커져가는 숫자에 땀은 주룩주룩 흘렀지만 계속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너무 힘들면 빠른 걸음으로 걷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반환점을 돌고 6km , 7km.. 평소 잘하지도 않는 가족 단톡방에 사진을 보내면서 응원을 받으니 신기하게도 힘이 솟기도 하고, 계속 달리는 나를 발견했다. 얼굴은 터질 듯이 시뻘게지고, 귓가에 꽂은 에어팟에서는 무슨 노래가 나오는지도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오로지 내 두 다리만이 나를 이끌어가는 기분. 나를 추월하며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따라 뛰기도 하자 점점 피니시라인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들어 동영상을 촬영했다. 흔들리는 화면 속에서 그렇게 10km를 완주하고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느낀 성취감의 감정이 나를 감싸 올렸다.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 타인을 이겼을 때보다 내가 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어기적 어기적 일어나서 간식과 메달을 받고 기념품과 빵을 먹으면서 친구를 기다렸다. 쿵쿵 거리는 심장이 그때 말해준 것 같다. 이제 넌 평생 달리게 될걸.



그렇게 10km 마라톤 완주를 하고 계속해서 달리는 듯했으나, 2023년에는 어쩌다 보니 마라톤을 안나가게 되었고 그렇게 그럼 그렇지, 하고 달리기는 다시 내 삶에서 희미해지는 듯했다.

그럼에도 무언가 계속 그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던 내가 계속 생각이 났다. 무언가 계기가 있으면 다시 달리고 싶기도 했고, 지금 내가 다시 달리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앞자리 숫자가 바뀌니 이전에 했던 것들을 지금 하면 과연 어떨까? 더 잘할까? 아님 역시 시간이 지났으니 더 나쁜 기록을 가지게 될까?라는 작은 궁금증이 말이다.

그렇게 다시 친구에게 마라톤에 나가보자는 요청을 했고, 제일 가까운 대회를 찾아본 후 발견한 게 올림픽데이런 2024였다.

10KM는 이미 접수 마감이었고, 5KM는 아직 자리가 남아있어서 바로 접수를 했다.


이번에 나가는 마라톤은 무언가 특별했다. 달리기가 과연 내가 꾸준히 하는 운동이자 취미가 될지, 아니면 다리만 아픈 고통만 남길지.

그렇게 5KM를 30분에서 35분대에 들어오자는 목표를 야심 차게 세웠고, 동네 하천을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퇴근 후 오랜만에 러닝복으로 갈아입고 달린 하천을 죽을 듯이 뛰었다. 34분 06초!

2년 전과 별차이 없는 기록에 감사하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붙었고 그렇게 조금씩 달리기를 일상에 넣기 시작했다.


퇴근 후에 달리던 것을 피곤하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게 되자, 아예 출근 전에 뛰어야겠다고 계획을 수정하여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고요한 하천에 나 혼자 달리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좋았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모닝런을 하는 건가 싶었다.

연습 끝에 나간 올림픽데이런의 5KM 기록은 31분 24초를 달성하면서 나름 PB 달성을 했다.


도로를 달리다가, 산책로를 달리는데 언덕길을 달리기도 하고 나 홀로 나무도 본 5KM 마라톤.

나의 한계를 계속해서 뛰어넘는 이 달리기가 이제는 나의 취미에 들어오게 되면서 매일 아침 몸을 일으키게 된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아침에 운동을 완료하니 생긴 저녁의 자유시간은 또 어떻게 쓸 것인지.

바삐 흘러가는 일상의 균형을 잡게 해주는 달리기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러닝화를 사고, 매일 sns에 올라오는 러닝 피드, 꿀팁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정독한다.

내가 봐도 웃기면서도 이렇게 빠진 운동이 또 있나 싶을 정도이다.


곧 있을 8월과 10월에는 하남과 강릉으로 달리러 간다.

거기서는 또 어떤 풍경을 마주할지, 어떤 기록을 세울지 기대가 되면서 오늘도 일찍 잠을 청하려고 노력한다.

내일 아침에는 몇 킬로를 뛸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내가 나를 일으켜 세우는 이 느낌이 싫지가 않다.

내가 지금 달리는 이유는 살기 위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여러분은 왜 달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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