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는 그 말, 진짜 내 얼굴이 예뻐서일까?

호텔 로비에서 시작된 짧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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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예뻐요?”






오늘은 업무 차 자카르타의 한 유명

호텔을 방문했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로비에서 대기하던 중, 옆에 앉은 현지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가볍게 미소로 인사를 건넸고, 그녀는 곧장 말을 붙였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인도네시아에 산 지 20년이 넘은 지금, 이런 대화는 익숙하다.



‘한국에서 왔어요’,

‘23년째 자카르타에 살고 있어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어지는 반응.

“당신, 예뻐요.”

23년 전에는 진짜 칭찬인 줄 알았다.
솔직히, 괜히 기분도 좋았다.
정말 내가 예쁜 줄 알고 말이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들이 말하는 ‘예쁨’은 얼굴이나 이목구비보다 다른 기준에 가까웠다.

'예뻐요' 뒤에 꼭 따라오는 말.

“하얘서요.”(putih)

그 순간 알았다.
내 피부색이 현지인들에게 예뻐 보이는

기준과 이유였다는 걸.


인도네시아는 연중 강한 햇빛이

내리쬐는 나라다.
현지인들은 대부분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지고 있고, 그만큼 ‘하얀 피부’에

대한 동경이 강하다.



예전에 우리 집 도우미가 며칠 사이 얼굴이 벗겨지듯 하얘지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친구한테서 얼굴을 하얗게 만들어주는 크림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이 껍질이 다 벗겨지면 예뻐져요!”
그녀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

믿기지 않았지만, 실제로 하얘졌다.
그런데 문제는 무슨 성분인지도 모르는 약품을 무작정 얼굴에 바른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현지 피부과에서도 그런 약을 처방한다는 걸, 현지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하얘야 예쁘다’ vs ‘태닝이 예쁘다’

참 신기하다.
한국이나 서구에선 일부러 까무잡잡해지려고 태닝 기계를 찾기도 한다.
“건강미”가 매력이라고 생각해서다.
반면, 인도네시아에서는 그 반대다.
햇빛을 피해 긴소매를 입고, 피부를 가리며, 가능한 한 하얗게 보이려고 한다.

이처럼 ‘미(美)의 기준’은 절대적인 게 아니라 문화마다 다르다.

나를 예쁘다고 말한 그들도
내면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와 환경이 만든 기준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그게 더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심지어 할머니가 되어도
그 한마디에 괜히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예쁘다”는 말, 그 자체가 일상의 작은 선물 같달까.

그러니까 오늘도, 인도네시아의

‘하얀 미인’ 기준에 얹혀
나 혼자 괜히 기분이 좋아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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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3년 차, 자카르타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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