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개의 탑 +?=1.000개의 탑
자카르타 중심지 멘탱(Menteng) 한복판, 평범한 주택가를 걷다가 눈앞에 성처럼 생긴 건물이 나타난다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외관부터 범상치 않은 이곳의 이름은
‘라라종그랑(Lara Djonggrang)’
인도네시아 전통 양식의 목조문, 높다란 기둥, 석상, 그리고 낮게 깔린 조명 속 어스름한 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마치 왕국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이 공간은 실제 고대 자바 전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설계된 레스토랑이다.
옛날 자바섬에 프라봉고 왕국의 아름다운 공주, 라라 종글랑이 살고 있었다.
라라공주 조각상 ㅡ 출처:23년 차, 자카르타 언니
전설 속 라라 공주는, 자신의 아버지를 전쟁에서 죽인 적국의 왕자, 반둥 본도워소로부터 구애를 받는다.
복수를 다짐한 공주는 말했다.
“새벽닭이 울기 전까지 천 개의 탑을 세우면 결혼하겠어요.”
왕자는 요괴들의 힘을 빌려 밤새 사원을 쌓기 시작했고, 999번째 탑까지 완성했다.
단 한 개의 탑만 쌓으면 된다는 소식을 들은
공주는 놀라 마을 여성들에게 부탁해 새벽닭을 일부러 일찍 울게 했다.
하늘이 아직 어두웠지만, 닭이 울었기 때문에 날이 샜다고 착각한 왕자는 탑 쌓기를 멈추었다.
그 후에 자신이 속았음을 알아차린 왕자는 분노했고, 공주를 마지막 한 개의 탑 대신에 돌로 만들어 버린다.
지금도 족자카르타 근교 프람바난(Prambanan) 사원의 한 석상이 라라 공주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전설을 식탁 위로 옮기다
레스토랑 ‘라라종글랑’은 이 전설을
고스란히 구현해 놓은 곳이다.
공간 전체가 이야기로 짜여 있다.
홀 하나하나가 고대 왕궁, 전쟁 회의실, 의식 공간 등 각기 다른 분위기로 구성돼 있다.
테이블에 앉으면 인도네시아
고전 요리가 코스로 제공된다.
메뉴 이름도 신화 속 인물이나 왕국 이름을 따왔으며, 음식마다 전통 향신료와 조리법이 그대로 살아 있다.
이곳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신화와 문화, 미의식을 음식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공간이다.
나는 특별한 손님을 맞을 때면
라라종글랑에 모신다.
라라 공주 조각상 앞 테이블에 앉아 오래된 이야기는 그렇게 일상 속에서
다시 기억되고, 전설은 또 다른 이에게로 조용히 이어진다.
by 23년 차, 자카르타 언니
참고 링크
Kisah Roro Jonggrang – SMA Negeri 1 Singaraja https://share.google/vGaihFNsPosq1yxwE
쁘람바난 사원 전설-영문 위키백과
사진출처
Venues & Private Rooms - Lara Djonggrang & La Bihzad Bar https://share.google/sKrsEDYJMxsGfGU5V
Lara Djonggrang 공식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