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인의 ‘어디 가?’

– 불편했던 마음


Mau ke mana?

(어디 가?)




[한국의 인사 “밥 먹었니?”에 담긴 마음]

한국에서 예전 인사말 중 하나는 “밥 먹었니?”였다.
단순히 식사 여부를 묻는 말이 아니라, 잘 챙겨 먹고 건강하게 지내냐는 정(情)이 담긴 인사였다.

한창 배고픔을 걱정하던 시절, 이 말은 일종의 안부였고, 따뜻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지금은 많이 쓰이지 않지만, 한국의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가끔 현지 친구들이 묻는다.
“왜 한국 사람들은 자꾸 밥 먹었냐고 물어봐?”

그럴 때 이 말의 숨은 의미를 설명해 주면,
“아~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인도네시아인의 “어디 가세요?”는 일상의 안부 인사]

인도네시아에 처음 살기 시작했을 때, 낯설었던 게 하나 있었다. 누굴 만나든,

“Mau ke mana?(어디 가?)”

“Dari mana?(어디 갔다 와?)”

이렇게 묻는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정말 궁금해서 묻는 줄 알고
“슈퍼 다녀왔어요”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이에요”
하고 일일이 설명했다.

그러다 문득,
“왜 이렇게 남의 동선에 관심이 많지?”
라는 생각에 약간 불편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나의 삼총사 친구들(현지 엄마 친구들)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냥 인사야. 한국의 ‘밥 먹었니?’ 같은 거야.”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 후로는 나도 자연스럽게 말하게 되었다.
“응, 어디 다녀와~ 너는?”

그 안에 담긴 가벼운 관심과 따뜻한 정을 알고 나니,
이제는 그 인사가 오히려 반갑다.




[인도네시아의 시간별 인사, 아직도 헷갈린다]


인도네시아에는 시간대에 따라 다른 인사말이 있다.
모두 “안녕하세요”에 해당하는 표현이다.

인사말 사용 시간대
Selamat pagi 좋은 아침 00:00–11:00
Selamat siang 좋은 점심 11:00–15:00
Selamat sore 좋은 오후 15:00–18:00
Selamat malam 좋은 저녁/밤 18:00–24:00


‘Selamat’은 무사한, 평안한이라는 뜻이고,
‘pagi’, ‘siang’, ‘sore’, ‘malam’은 아침, 정오, 오후, 밤이다. 인도네시아어를 처음 배울 때,
이 시간별 인사를 외우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누굴 만나기 전,
“지금은 오후 3시니까… Selamat sore~”
하며 슬쩍 시계를 본다.




[말 한마디의 온도]


외국어는 단순히 단어를 아는 걸 넘어서,
그 언어가 녹아든 생활의 감각을 익히는 일이다.
해외에서 살다 보면, 낯선 말 한마디에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하고, 작은 이해 하나에 하루가 편안해지기도 한다.

처음엔 “어디 가세요?”라는 인사가 불쑥 들어와 당황스럽고 불편했지만, 지금은 나도 웃으며 대답하게 되었다.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친구들~
Mau ke mana?(어디 가?)





by 23년 차, 자카르타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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