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마음을 남긴다

-조용한 고백


<에필로그>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그냥 인도네시아에서 오래 살다 보니 생긴 자잘한 일상들과 문화 차이에 대한 기록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매 편 글을 쓰며 점점 내 안에 묵혀 있었던 감정들, 누군가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았던 기억들이 하나씩 꺼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하게 됐다.
이 글들을 언젠가 내 아이들이, 그리고 남편과 지인들이 읽게 된다면 어떨까 하고.

아이들이 이 글들을 읽고,
“아, 그때 이런 마음으로 살았구나.”
“그 순간, 이런 고민을 했었구나.”
하고 느껴줬으면 좋겠다.

가족이지만, 모든 마음을 전부 터놓고 살기는 어렵다.
어른이 되어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있고,
아이들에게는 ‘아직은 몰라도 될 이야기’라며 삼켜야 했던 순간들도 많다.

하지만 언젠가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이 글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엄마의 말과 행동의 배경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연재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추억은, 기억 속에만 있을 때는 흐릿해지지만
글로 남기면 또렷해진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삶의 조각들을 정리해
잘란잘란처럼 남겨두려 한다.
나의 걸음, 나의 풍경, 나의 감정들이 담긴 작은 기록들을.

그리고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잘란잘란 연재는 여기서 한 호흡을 고르지만,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다정한 이야기로
잘란잘란 3편에서 다시 걸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떤 날엔 같이 걷고,
어떤 날엔 혼자 걷고,
또 어떤 날엔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좋은
그런 걸음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기억과 마음도 다정히 들여다볼 수 있기를.




by 23년 차, 자카르타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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