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은 찍었는데, 종교는 못 찍었네

크리스천?


화장품 하나에 종교가 바뀌다


그날 나는 자카르타 인구청(Dukcapil) 사무소에 갔다.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이 주민등록증(KTP)을 만들려면 거주비자(KITAS)영주권(KITAP)을 갖고 있어야 한다. 나는 드디어 그 모든 절차를 통과하고, 멋진 외국인 KTP를 받게 될 날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대기석에 앉아 있으니,
“Ibu, silakan ke dalam!”
(부인, 안으로 들어오세요!)
드디어 내 차례.

그런데
내 앞에 앉은 두 명의 직원 아줌마들이 모니터보다 내 얼굴을 더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Mbak, mukanya putih banget! Pakai skincare apa sih?”
(언니, 얼굴 진짜 하얗다! 어떤 스킨케어 써요?)

“Beli di mana itu? Korea ya? Mahal?”
(그거 어디서 사요? 한국 거예요? 비싸죠?)

지문 등록, 홍채 등록, 사진 찍는 도중에도
그분들의 관심사는 오직 내 피부와 화장품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대화를 이어가다가,


“Agamanya apa ya, Bu?”
(부인, 종교가 뭐예요?)


라고 묻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Saya Buddha.”
(저는 불교예요.)


그런데
3주 후, KTP를 받고 보니,
분명히 나는 ‘불교’라고 했는데,
KTP에는 ‘Kristen(크리스천)’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가 언제 개종을 했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그 아줌마들은
Buddha(부다:불교)를 bunda(분다:엄마)로 들었거나, 그냥 내 얼굴이 너무 하얘서
‘이 사람은 크리스천일 거야’라고

마음속 선교(?)를 했던 것 같다.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이 KTP를 받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종교 하나 바꾸는 건... 너무 쉬웠다.




[그날의 교훈]


다음에 종교 질문에는,

또렷하게 천천히 말하자!

아무리 칭찬을 들어도, 정신줄은 놓지 말자!
.

.

.

짜증이 좀 난다

에잇!





by 23년 차, 자카르타 언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