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안 당할 줄 알았다 - episode 2

- 마지막 카드


“정품이냐고요?”


남편이 피싱 사기를 당한 날, 문득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이야기. 너무 한심해서, 나 스스로도 숨겨버렸던 이야기.

12년 전, 인스타도 틱톡도 없던 시절. 페이스북이 세상의 중심이었다. 일상 사진도, 중고 거래도, 심지어 뒷이야기까지. 모든 게 페북 안에서 벌어지던 시절.

어느 날 밤.
페이스북에서 스르륵 흘러든 핸드폰 판매 게시물 하나. 나답지 않게 홀렸고,
“정품이에요?”
“가게가 어디죠?”
자연스럽게 묻고 있었다.

댓글엔 사람들이 몰려와
우르르 문의 중이었고,
판매자는 아주 친절하고 성실했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백만 루피아를 송금했다.

며칠 뒤, 아들의 운동회 날.
학부모 반대표로 행사에 참석 중이었다.
정신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몸은 반 아이들을 챙기느라 바빴다.

그날까지도 핸드폰은 오지 않았다.
대신 낯선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급한 와중에도 전화를 받았더니
판매자가 말했다.

“문제가 생겼어요.
백만 루피아만 더 보내주시면
물건 받으시고,
송금액도 같이 돌려드릴게요.”

그제야 감이 왔다.
“아… 사기당했구나.”

전화를 끊었다.
백만 루피아는 잊기로 했다.
행사에 집중하려는데,
문자와 전화가 계속해서 쏟아졌다.

짜증이 폭발했다.
그래서,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야, 전화번호 바꾸지 마.
페북도 그대로 있어.
내 친구, 군인인데—
지금 너 잡으러 간다. 기다려.”

물론 군인 친구는 없었다.
그냥 뻥카였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이후 전화는 끊겼고,
페북 상점도 자취를 감췄다.

돈은 날렸지만,
사기꾼도 좀 조마조마했길 바랐다.

그 시절 인도네시아에선 ‘군인’이면 만사형통이었다. 실제로 군인이 경찰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고, 군인 친구 하나만 있으면 웬만한 일은 다 해결되던 시절이었다.

그 사건 이후, 나는 온라인 거래를 한동안 끊었다. 싸고 좋은 물건이 눈에 띄어도
손가락이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생긴 병.
무엇이든 먼저 의심부터 하고 본다.

백만 루피아짜리 수업료는
생각보다 오래가는 "약발"었다.





by 23년 차, 자카르타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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