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그날 이후
나는 종종 엘리베이터를 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서 있는 장면을
이제는 너무 잘 안다.
말하지 않은 사람들,말할 기회를 놓친 사람들,
말할 필요 없다고 믿었던 사람들.
그리고 그 틈에 나도 서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부정하지 않는다.
호텔 발코니에서 새벽녘 너털너털 걸어 들어오는
그의 모습을 내려다보던 순간,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건
어느 한 사람의 문제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일도 아니라는 걸.
또또는
사장의 사적인 관계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함부로 대했고,
법인카드는 개인 카드처럼 사용했다.
사택을 개인 집처럼 쓰며
다른 직원들이 함께 살지 못하게 했지만
아무도 당당하게 나서지 못했다.
사장의 지인이고,낙하산이라는 이유였다.
진고동 사장의 개인적인 뒷일을
온갖 방식으로 처리하며 다니는 모습에
“그 정도면 누려도 된다”는 인식이 조용히 퍼져 있었다.
누군가는 그 나이가 되어서도 저렇게 사는 걸 보며
혀를 찼고,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당당한 얼굴을 속으로 부러워했다.
우리는 그 이중성을 알고 있었지만
나서지 않았고,피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그 말로 모든 걸 정리했다.
론사나와 진고동의 졸부 같은 모습을 비웃으며 안주 삼아 이야기하기도 했고,
“받는 월급이나 잘 받으면 되지”라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렇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누군가는 말했어야 했고,
누군가는 멈췄어야 했고,
누군가는 침묵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
나는 그동안 침묵을 선택했다.
안전했고,합리적으로 보였고,
착한 선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태도가 아니라,어떤 일이 계속되도록 허용하는 선택이었다는 걸.
그래서 나는 이제 완벽한 사람이 되려 하지 않으려 한다.
정확한 말,모두를 설득하는 문장,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타이밍을 기다리지 않으려 한다.
대신 조금 늦더라도 말하는 사람, 완벽하지 않아도“멈추자”고 말하는 사람,
불편해질 걸 알면서도 눈을 피하지 않는 사람이 되려 한다.
조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목표도 아니고, 누군가를 고발하겠다는 결심도 아니다.
다만
다음 엘리베이터에서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 사람.
다음 침묵 앞에서는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혼잣말 로라도 먼저 꺼내는 사람.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 선택은 여전히 불편할 것이고, 때로는 외로울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 불편함이 나중에 돌아올 더 큰 비용보다
훨씬 정직하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끝내며 아주 조용히 선언한다.
나는 더 이상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으로
남지 않기로 했다.